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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못먹는 기자
중도일보 방원기 기자  |  bodo@tj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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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0  11: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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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못먹는 기자                                       
   
▲ 중도일보 방원기 기자
 
  술이 싫었다. 고된 일이 끝나고 저녁을 권하는 선배들이 싫었다.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강제로 권하니 몸서리쳤다.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한 기사를 갖고 혼내는 것도 못마땅했다. 개인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저녁까지 업무가 연장되는 기분이 그렇게나 싫었다.
 
  5년이 지났다.
 
  당시 선배들 역할을 해야 하는 연차가 됐다. 혹여나 굶고 다니진 않을까 먼저 연락하고 약속을 잡는다. 소박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낸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자리 하진 못하지만, 웃고 떠들다 보면 그 시간은 행복한 조각으로 남는다.
 
  당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충분히 즐거웠단 증거다.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내 시간을 쪼개 만나다 보면, 당시 선배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가 간다. 고된 사회생활에 그렇게라도 위로를 해주고 싶었나보다. 시간에 쫓겨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었나보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미간을 찌푸리던 그들의 표정을 떠올린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한사코 거절하던 그들과의 약속을 이젠 내가 더 바란다. 술 몇 잔에 홍당무처럼 벌게진 내 모습이 뭐가 예쁘다고 한 두잔 건넸는지. 문장 하나 제대로 못 쓰는 날 사람으로 만들려고 애써준 이들에게 감사하다.
 
  수년 전 겨울부터 시작된 듯하다. 엄하디엄한 한 선배와 아삼륙이 됐다. 기자가 술도 못 마신다며 타박하던 다른 선배는 신세 한탄 창구가 됐다.
 
  고된 삶에 펜을 놓지 않는 원동력이다. 이들마저 없었다면 속이 시커멓게 타다 못해 으스러졌을 테니까.
가끔은 노트북을 두들기다 마지막 점하나 찍으면 약간의 현기증이 올라온다. 소주 두어 잔에 느끼는 취기와 같다.
 
  호기롭게 기자가 되겠다던 열정이 식기 전에 되돌려줘야겠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본디 남에게 쓴소리 못 하는 성격 탓에 잔소리꾼은 안 되겠지만 투정이든 뭐든 들어주고 얘기해줘야겠다.
그게 내가 받은 호의에 대한 예의다.

             중도일보 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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