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어느 지역이나 양면의 이미지가 있듯이 충청의 특질도 온순,인내,절제의 긍정적 측면과 우유부단,뒷말,소극적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는 듯 하다. 충청에서 3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하면서 궁금했던 점은 과연 언제부터 이런 특질이 생겨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기획뉴스 <기행탐사 충청>과 다큐멘터리 <유학,미래를 밝힌다>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꼬박 1년 동안 진행된 <기행탐사 충청>은 매주 금요일 대전 MBC <뉴스데스크>에 50회 방송됐다. 충청의 인물, 유/무형 문화재, 자연, 역사 등의 주제를 다루면서 '충청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이었다. 가능하면 이미 알려진 주제 보다 덜 알려진 주제에 초점을 맞췄고, 뉴스라는 형식을 찾다보니 여러 가지 제한이 있었지만 기존의 뉴스에서 전달하기 어려웠던 주제를 비교적 심도있게 전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가운데 충청의 사투리를 다룬 <문화의 보고 사투리 예산말>과 <500년 만의 해후-세종대왕, 김종서를 만나다> <한반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미륵원> <도청 이전지 홍북면 한마을 출신 최영과 성삼문> <단재 신채호> 등은 반향도 컸고 기억에 남는 아이템들이었다.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던 천오백년 전 백제의 미학과 미소는 통일신라와 고려시대를 지나 조선, 그리고 근대를 거쳐 지금까지 충청에 면면이 이어져오고 있음을 취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또 의리를 중시한 충청의 예학은 담백하면서도 불의를 보면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충청의 선비정신의 상징으로 실제 근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한 충청의 역사가 그 의미를 말해주고 있음도 확인했다.

<기행탐사 충청> 뉴스를 통해 못다 한 이야기를 담은 대전MBC 창사49주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기행탐사 충청』(방송:2013.10.10)은 또 하나의 성과물이자 작은 기쁨이었다.

특집 다큐멘터리 <유학,미래를 밝힌다>(방송: 2013.5.3)역시 충청의 정체성을 찾는 또 하나의 여정이었다. 미래를 여는 학문으로 인문학이 각광받고 있는 요즘, 먼저 주목한 것은 충청의 기호유학이었다. 영남학파와 함께 우리나라 유교(유학)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기호유학이 충남과 대전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은 조선시대를 떠받친 통치이념이자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러나 유교적 이념은 시대가 바뀌면서 그 본질이 변질 혹은 왜곡됐고, 급기야 근현대에 들어서는 '망국의 병'으로까지 치부되는 형국이다. 과연 그게 전부일까?

율곡 이이에서 시작된 학풍은 사계 김장생으로 이어지면서 신독재 김집, 우암 송시열, 동춘당 송준길, 명재 윤증과 같은 거유를 낳았다. 논산의 돈암서원과 노강서원은 그 본거지였으며 여기서 배출된 충청의 인재들은 조선 후기 300년 동안 나라의 정치와 학문발전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당파싸움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지만 인간 삶의 본질을 찾아 목숨을 걸었던 치열한 논쟁과 언행일치 등은 되살려야 할 전통이 돼야
한다.

과학과 교통의 중심도시-대전,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도시-세종, 황해시대를 여는 내포의 중심-충남. 충청의 밝은 미래는 충청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 될 수 있다. 충청의 정체성을 찾아 미래를 열어가는 동력으로 삼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충청인의 의무이자 자세일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를 넘어 글로벌시대의 주인공이 된다한들 뭐라 할 사람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