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감수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것은 없다’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시드니 브레너 박사의 말입니다. 남들이 다 하는 안전한 연구, 유행에 맞춘 주제를 찾는 과학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건 과학계가 잘못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벨과학상 112년의 도전 다큐멘터리’를 취재하며 만난 많은 분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독창적으로 진행되는 연구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런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지 않는 연구는 처음 그 연구를 시작한 사람의 연구성과를 살찌게 해줄 뿐이다“라는 것입니다. 처음 연구를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분 외국 사람들이니까, 결국, 우리 국가 예산으로 외국인의 연구성과를 조명해주는 셈입니다.

30년 가까이 과학계에 몸담고 있는 한 교수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에게 다시 한 번 인생이 주어진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를 모두 버릴 것이다’ ‘그리고, 20~30년 호흡을 갖고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새롭고 독창적인 주제를 찾겠다’ 고 말입니다. 노벨과학상에 이르는 한 가지 길이 보였습니다. 바로, 지금껏 아무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연구주제를 찾아 오랫동안 고민하는 것입니다.

노벨과학상으로 가는 두 번째 길 역시 과학자들과의 대화와 통계수치 등을 종합해 찾게 되었습니다. 과학자가 박사 학위를 받고 난 뒤 교수로 부임하기까지 기간은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구능력이 가장 왕성할 이 시기에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환경은 너무나 열악합니다. 모든 것을 혼자서 준비하고 해결해야나가야 합니다.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젊은 과학자들의 현실을 살펴보니, 노벨과학상이 왜 나오지 않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제가 찾은 세 번째 길은 “과학은 나눔이라는 것입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LMB와 일본 교토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를 찾아갔더니, 그곳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성과를 동료들과의 격의없는 토론으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과학자들이 편견없이 과학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보면, 새로운 생각, 새로운 연구방법이 자주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보통 과학자의 이미지는 실험실에 틀어박혀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선진국의 과학자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경제력에서 세계 선두권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가 유독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과학의 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하는 방법. 그것은 바로, 젊은 과학자들이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연구주제를 붙들고, 끈질기게 고민할 수 있도록 연구비나 시설 등 연구환경을 내실있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