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니까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기를...

서울에서 하리꼬미를 하는 내내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달에 대전으로 발령받고 한 달 남짓 수습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처음이라 어려운 거고 두 번째, 세 번째는 더 잘해낼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이면서 바람이기도 하다.

기자로 시작한 나의 첫 직장생활은 어느 것 하나 수월하지 못했다. 심지어 전화를 받는 것조차 어려웠다.

어떤 시청자는 뉴스에서 수시전형료를 돌려주기로 했다는데 본인이 말해도 모 대학이 전형료를 돌려주지 않는다며, KBS에서 대신 항의하고 결과를 통보해 달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수시전형료를 돌려주는 건 아직 권고 정도고 학교 측 말이 맞다고 말씀드렸더니 ‘아가씨도 뭘 모르네’하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으셨다. 급기야는 수신료를 받는 KBS가 이래도 되느냐고 화를 내시는데 설득하느라 한참을 애먹어야 했다.
 

이 외에도 처음으로 서울 광진경찰서에 갔을 때 형사들에게 사건을 알려달라며 막무가내로 버텼던 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판결문을 공람하던 날 어떻게 사건을 파악해야 할지 몰라 한 뼘도 넘게 쌓인 판결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던 일 등. 몇 년을 기자가 되겠다고 준비하고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면서도 미처 배우지 못해 부딪혀야 했던 것들이다. 학교에서 시험 때마다 나왔던 마셜 맥루한이나 ‘SMCRE’는 수습이 겪는 어려움들을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난 한 달간 겪은 많은 시행착오들의 대부분은 ‘앞으로는 더 잘 이겨냈으면’하고 바라는 동시에 ‘앞으로 더 나아져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도 있다.
 

처음으로 화재 현장에 갔던 날이었다. 대전시 태평동의 아파트 15층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일이 있었다. 숨진 1명은 화재가 난 집에 살고 있던 막내딸이었다. 엄마와 두 언니는 밖으로 나왔는데 막내딸은 베란다로 불을 피했다가 불길이 커지자 뛰어내려 숨졌다. 내가 현장에 도착한 건 불이 꺼진지 4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폴리스라인 밖 현관 앞에 서 있는데도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15살인 막내가 불길이 얼마나 뜨겁고 무서웠으면 15층에서 뛰어내렸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내가 이정도인데 막내를 그렇게 보내야 했던 유가족들은 어떤 심정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입사 후 선배들에게 유족을 만나는 게 제일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해병대 캠프에서 사고를 당한 고등학생들의 장례식이 치러지던 날, 기자들이 다 같이 울면서 취재하고 촬영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였다. 그 때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서 눈물이 날까, 싶었는데 그 화재현장을 마주하고서야 선배의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매일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밤 새 발생한 사건사고를 체크하면서 생각한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이 하루가 지나갔기를. 사건사고가 있는 곳에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하는 숙명을 지닌 수습기자의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