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내 꿈은 국어교사였다.

그해 4월 교생실습을 나갔다. 하지만 한 달 간의 '교사 체험'은 결과적으로 내 인생을 바꿨다. 아이러니하게도 교단에서 기자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평생을 교육현장을 지키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머리 희끗희끗한 선생님. 내가 바라던 미래의 모습이었지만 현실에서 그분들은 존경보다는 딱한 시선을 받곤 했다.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교장, 교감 한 번 못 해보느냐"고들 말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만큼이나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장학사 시험은 누군가에게는 '교장, 교감 한 번 해보기 위한' 동아줄이었다. 문제는 바라는 사람은 많은데 잡을 수 있는 기회는 턱없이 적었다는 것. 기자가 되고나서야 내가 지켜본 것들이 '시스템'의 문제였다는 걸 알았다.

"충남교육청 소속 장학사 한 명이 구속됐다. 문제를 유출했다고 하더라."

1월 5일. 그 후 3개월 동안 주말은 없었다. 밤에도 취재가 이어졌고 팩트 확인을 거듭했던 시간들. 그사이 연루된 사람은 1명에서 40여 명으로, 개인의 실수라던 사건은 조직적 비리였음이 드러났다. 안타까운 순간도, 아픈 순간도 있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써야 되는 것인지 쓰지 말아야 되는 것인지 4년차 기자에게는 버거운 고민들이었다. 흔들리는 순간이 올 때마다 결국 되새긴 것은 '왜' 쓰는지였다. 고작 한 달간의 학교생활로도 크게 와 닿았던 시스템의 문제, 그것을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 보도 이후 선생님들께 "고맙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함께 임용고사를 준비했고 지금은 교단에 선 동기들에게도 연락이 왔다. 부족한 역할이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의미를 남긴듯해 위안이 됐다.

사건은 진행 중이다. '평생을 교육현장을 지키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머리 희끗희끗한 선생님'들이 겪는 현실도 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분들이 시험에 매달리지 않아도 제대로 된 대우와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그 고민의 무게만큼은 전보다 깊어졌다고 믿는다. 한창 보도를 할 때 사건팀이었던 나는 교육 출입기자가 됐다. 학교를 찾을 때마다 내가 교사가 됐다면 어떤 모습일까 떠올려보기도 한다. 하지만 기자가 됐으니, 교육에 대한 애정을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보자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그 자체가 나에게는 도전인 신석우 캡과 대전CBS 선배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