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다녀온 남자가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 것처럼 기자라면 누구나 수습시절 경험을 무용담처럼 풀어놓는다.

경찰청 유치장에서 쪽잠을 자다 조폭을 만났다는 기자부터 잠이 부족해 걸으면서 졸았다는 기자, 점심에 폭탄주를 먹다 경찰서장의 얼굴에 토했다는 기자까지...

다소 과장된 듯한 경험담을 쉬지 않고 이야기 하면서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게 군대와 수습시절의 공통점이다. 남들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수습기자 생활을 나는 3번이나 했다.

2007년 대전일보에 입사해 TV 조선을 거쳐 연합뉴스 입사라는 경력이 말해주듯 3곳의 언론사에서 3번의 수습기자를 경헙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전일보에서 겪은 첫 수습기간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언론사 준비만 3년을 한 여자 동기와 한 조였던 나는 각종 보고는 물론 기사작성과 아이템 선정 등 모든 면에서 비교 대상이었다.

그 동기는 일에 대해 꼼꼼하고 성취욕구가 강한데다 늘 밝게 웃으며 분위기를 환기하는 자타공인 분위기 메이커로 타 언론사 선배들에게도 인가가 높았다. 반면 나는 기자 명함을 들고 다녔지만, 수습기간이 끝나고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기명 기사를 쓴 것으로 기억된다. 기자로서의 ‘촉’이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첫 기명기사가 나간 직후다.

두 번째 직장, TV 조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자랑하는 선후배 사이에서 지역 대학, 지역 신문 출신으로 주눅이 들었던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특검에 이어 김광준 검사 뇌물 수수, 성추문 검사, 검란 사태 등 잇따라 터진 대형사건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뻗치기’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던 시기였다. 그토록 일하고 싶던 연합뉴스에서의 세 번째 수습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

30대 후반의 새벽 마와리는 어느 겨울보다 추웠고, 익숙지 않은 통신기사 쓰기와 사진찍기는 큰 부담이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에 있겠냐 싶지만, 3번의 수습기자 생활은 몸도 마음도 지치게 했다. 다만 내가 원해서 한 일이고 자칫하면 나태해질 수 있는 기자생활에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다며 ‘아Q식 정신적 승리법’으로 견뎌냈다.

하지만 더 이상 수습기자를 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수습기자 3번을 겪은 특이한 경험을 토대로 진정한 기자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부장이 돼 쉽게 만날 수 없는 S선배, 새벽까지 술을 먹어도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출근하는 W선배, 뛰어난 취재력과 함께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K선배, 나의 말도 안 되는 지적으로 기자실에서 엉엉 운 K후배,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P후배, 부지런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O후배 등 지난 7년을 돌아본 이 글을 계기로 좋아하는 이들 선후배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2013년 4월 25일 협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