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부터 꿈꿔왔던 영상취재 기자의 꿈을 이루고 10년이라는 세월을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다. 흔히, 기자들은 기자생활의 최대 보람으로 특종을 꼽을 것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이어지는 기자상 수상.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보람이라는 단어를 대신할 수 있을까?

그 동안 취재현장을 누비며 흘린 땀의 결실이 단순히 특종과 수상 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이웃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난 여름, 거대한 태풍이 우리 지역을 강타했었다. 취재를 나간 대전 인근의 농촌지역의 피해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하우스 비닐은 찢겨졌고, 농작물은 물에 잠겼다. 열매는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처참한 현장은 카메라에 담기조차 미안할 정도였다.

오버랩되는 농민들의 표정. 세상 다 잃은 것 같은 표정이 얼굴 가득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발 걷어 붙이고 현장을 돕고 싶었지만 그 피해 현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영상취재기자의 의무감으로 슬픔에 빠져있는 피해농민을 인터뷰하고 있노라니 기자라는 내 자신의 직업이 참 얄궂게 느껴졌다.

며칠 뒤 찾은 태풍피해 현장. 그 곳에서는 작은 기적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치 전쟁터 같았던 비닐하우스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언제 그랬냐는듯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고 가슴으로 울며 인버뷰를 했던 농민도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우리 취재진을 맞이해 주었다.

방송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이곳저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왔다고 한다. 봉사자들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수해현장을 정리하고 새로운 농사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한다. 수해를 입었던 농민은 연신 우리 취재진의 손을 붙잡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변변한 대접을 못해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농작물을 모두 잃었을 때도 흘리지 않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영상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는 영상취재 기자다. 세상의 온갖 희노애락이 있는 곳에 우리 영상취재기자가 있다. 단순히 어깨에 메고 다니며 현장을 취재하는 카메라는 단순한 기계덩어리가 아니고 현장과 사람들을 교감시켜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매일매일 만나는 우리 이웃들, 나는 이 사람에게서 힘을 얻는다. 그리고 나는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기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기자상, 특종도 아닌 우리의 이웃이라고...

<2013년 4월 25일 협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