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라는 말을 씁니다. 코 앞에 닥친 마감 때문에, 술을 진탕 마셨기 때문에... 대개 부정적인 의미군요. 탓하는 기분도 들고요. 같은 자리에 ‘덕분에’를 붙여보겠습니다. 마감 덕분에 퇴근을 하고 술에 취한 덕분에 고백을 합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무한 긍정 에너지가 샘솟네요. 나약한 제가 ‘덕분에’의 힘을 믿는 이유입니다.

TJB 대전방송 사건팀 3명은 모두 여기자입니다. 경찰서를 ‘스타벅스’처럼 드나들고 화재 현장을 하이힐로 누빕니다. 신상 립스틱을 바른 입에서 상상 이상의 욕이 쏟아지기도 하죠. 여를 차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자이기 ‘ 때문에’ 힘들겠다고요. 어떻게 쉽겠습니까. 속없든 후배들로도 모자라 네 살배기 아들까지 보살피는 장석영 캡은 자타가 공인하는 슈퍼우먼인걸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때문에’보다 ‘덕분에’가 많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여자인 ‘덕분에’ 취재원의 마음을 읽어내기가 쉽지요. 섣부른 편견보다 진심어린 공감을 앞세우기 때문입니다. 천안함 사고로 아들을 앞세운 어머니이게 “‘죽은’ 아들에게 편지를 쓰라”며 마이크를 내밀거나 “아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셨군요?”라고 ‘이제야 알겠다는 듯’ 되묻는 몇몇 기자를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여기자 - 혹은 여성 - 의 능력은, 진정성 있는 기사를 이끌어내는 한밑천이 되리라 믿습니다. (슬프지만 미인계와는 거리가 멉니다. 분발해 보겠습니다.)

TJB 사건팀은 “여자기 때문에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라며 투덜거리기보다 “여자인 덕분에, 남자가 아닌 덕분에”라고 자신하는 기자들입니다. 성 정체성 때문에 엄살 부리기보다, 똑 부러지겠다는 각오를 앞세우는 기자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라도 자신있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자라서 행복해요!”

<2013년 4월 25일 협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