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제227기 수습기자 기본교육을 다녀왔다. 기간은 지난달 17일부터 28일. 2주간의 긴 시간이었지만 내가 느낀 체감시간은 ‘KTX’보다도 빨랐다.

어색했던 첫 만남, 흥미로운 강연. 잊히지 않는 시체 부검 그리고 각기 다른 폭탄주. 평생 한번, ‘사람이 아닌 수습’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교육과 경험들을 자랑해본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군대까지 대전에서 나온 토박이에게 2주간의 서울생활은 꿈만 같았다. 서울에서 교육받고 호텔에서 생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사람다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풀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은 기대감을 안고 한국프레스센터에 도착했지만 나를 반겨주는 것은 오히려 사람들의 신기한 눈길이었다. 바리바리 들고 있는 짐과 묵직한 캐리어,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우와, 여긴 뭐여”를 남발하는 토박이가 그들에게는 신기했나보다.

자기 소개할 때 기선을 잡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안녕하십니까? 중도일보 수습기자 송익준입니다”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섞인 탓일까. 사람도 아닌 같은 수습 동기들 앞에서 쪽팔리게 떨었다. 그러자 우리는 선배가 아니라며 웃어주는 동기들의 농담에 나도 웃어버렸다.

2주 동안 예정된 강연들은 너무나 알찼다. 특히 송성근 성균관대 겸임교수의 스트레이트기사 강연은 인기가 많았다. 기자들에게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스트레이트기사 쓰는 법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짧게 쓰는 법, 피라미드, 역피라미드 형식 등 기사의 기본 구조를 상세히 알려줬다.

이렇게만 쓰면 깨지지 않겠다고 자만한 나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과제로 제출했지만 역시나 깨졌다. 회사 선배보다도 날카롭고 잔인한 송 교수의 교정에 나는 ‘KO’당해버렸다. 한창 배우고 다듬어야할 시기에 자만은 사치이자 건방이었던 것이다.

수습기자들이라면 피할 수 없는 시체부검 참관은 나에게도 찾아왔다. 사실 잔인한 장면 눈 가리고 보는 약한 남자지만 “그냥 보면 보는 거여”라며 참관실로 들어갔다. 부검실에서 나오는 불빛과 시체를 보여주는 CCTV 화면 탓인지 음침했다.

시체는 30대, 70대 남성 2구. 외상이 없어 시체가 아닌 마네킹 같은 느낌이었다. 눈은 감겨있지 않았다. 갑자기 법의관이 시체를 참관실쪽으로 돌렸다. 시체 뒤쪽을 확인한 뒤 앞을 절개해야하기 때문이다. 움찔하는 수습기자들 중에 나도 포함됐다.

시체 절개가 시작됐다. 법의관은 칼, 톱, 망치 등 연장들을 이용해 장기들을 적출했다. 생각보다 무덤덤하게 부검을 지켜보던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시체에 고여 있는 피를 국자로 퍼내고 뇌를 꺼내기 위해 남자 둘이서 나무를 베어내듯이 톱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충격은 받았지만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어 질문했다. 도대체 어떤 사연으로 죽었는지, 뇌까지 꼭 꺼내야 하는 건지, 피는 응고되는 것이 아닌지 등 잔인하다면 잔인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어쩌면 기자의 숙명이 아닐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연수원에서의 이틀 밤은 너도나도 다른 황금비율을 주장하며 폭탄주를 말기 바빴다. 술이 좀 들어가니 깍쟁이 선배에 대한 불만, 경찰 덕분에 깨진 이야기 등이 술자리를 지배했다. 그래도 내가 은근슬쩍 나의 선배를 치켜세우자 언제 욕했냐는 듯, 서로 허세 섞인 선배 자랑을 시작했다. 수습들의 마음이다. 욕하면서도 선배에 대한 애정과 존경은 갖고 있는 것이다.

정말 ‘KTX’보다도 빠른 수습기자 교육이 지나가고 중도일보 정치사회부 송익준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편안하고 자유로웠던 교육과 가족 같은 동기들이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사람 아닌 수습일 수는 없지 않은가.

교육이 끝난 후, 제227기 수습기자 교육생 누구라는 명찰이 아닌 정식발령 받은 명함으로 다시 만나자고 동기들과 약속했다. 그리고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로 말했다. “꼭 다시 만나서 소주한잔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