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쐬러 사무실 밖으로 나갑니다. 회사 건너편에 회색 바위처럼 박혀있던 국회사당이 보이지 않아 의아해하다 갑천 너머의 한빛탑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벌써 내려온 지 두 달이 됐구나. 생애 처음 대전에서 맞는 봄. 전 한강보다 갑천이 가까운 KBS 대전총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익숙하지만 다르다. 생애 첫 대전살이가 그렇습니다. 서울에 있는 것들은 이곳에도 다 있는데 다가오는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서울 거리의 이름도 몰랐던 공용자전거. 대전에 오니 ‘타슈’라는 구수하고도 근사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지하철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갖다 대면 삑-하는 전자음이 아니라 온갖 새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신기하지만 낯설기도 합니다.  사실 엑스포와 꿈돌이를 빼면 이 동네에 대해 아는 것도 몇 개 남지 않습니다. 배울 것은 왜 이리 많은지... 뉴스 PD에 앵커에, 서울에서는 해보지도 않았던 일들이 계속 쏟아지고, 처음 만나 명함을 건네는 사람도 줄어들질 않습니다. 솔직히 요 근래 정신이 없었습니다.

점심에 쌈밥집을 찾았습니다. 보리밥에 우렁된장을 올려 산나물로 싸 우적우적 씹으니 고소한 향이 콧속을 간지럽힙니다. “서울엔 이런 거 없지?” 부장이 묻습니다. 음식도 고소하고 사람도 구수합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낯선 곳이지만 익숙한 것은 사람입니다. 새 도시에서의 정착을 도와준 것은 이번에도 사람이었습니다. KBS의 선배들과 동기들과 후배들. 그들에게, 또 대전 충남의 시청자들에게 나도 구수한 사람이고 싶다. 쌈밥을 삼키며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