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일보 인상준 취재1부 차장

"지금부터 2016헌나 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정미 재판관의 가녀리지만 당당한 목소리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읽어 나갔다. 긴장됐다. 헌정사상 첫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선고 기일이 10일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역사적 사안의 결론이 난다는 생각에 흥분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탄핵 선고 이후에도 양분된 이념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탄핵 선고 기일이 잡히면서 회사에서는 호외를 만들기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서해교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박 전 대통령 탄핵안 발의 통과 등 이미 수차례 호외를 제작한 경험이 있어 일사천리로 제작 준비를 마쳤다.
법조와 정치출입을 함께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은 피해갈 수 없었다. 훌륭한 정치부 선배들이 있어 부담감은 덜했다.

 운명의 날이 밝았다. 지면용 기사 외에도 인터넷용 기사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탄핵 인용 기사와 탄핵 기각 기사를 간단하게 작성한 뒤 기사입력기에 전송했다. 결정이 나오면 바로 인터넷으로 실시간 전송하기 위해서였다.

 이정미 재판관은 단호한 목소리로 탄핵사건 심판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출근길에 헤어롤을 미처 처리하지 못한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심판 과정을 설명하면서 90여 일 동안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재판관들의 고뇌가 묻어났다. 증거 조사된 자료가 4만 8000여 쪽에 달하고 탄원서 등 자료들도 40박스나 됐다.
고뇌의 시간에 비해 탄핵안 결정문 요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첫 번째 탄핵사유인 박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관련한 공무원 임명권 남용은 분명하지 않다는 입장을,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해서도 구체적이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인장할 증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두 가지 탄핵 사유에 대해 헌재가 이유 없다는 판단을 내리자 기자실 역시 긴장감이 고조됐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도 헌재는 이유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네 번째 탄핵 사유였던 최순실의 국정개입과 권한남용에 대해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권한대행의 발언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빠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기사를 송고한 뒤 지면용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각 대선주자들의 반응과 지역정가 반응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이곳저곳 전화하기 바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당의 반응은 늦게 나오는 바람에 지면에 반영할 수 없었다. 인터넷 시대에 호외를 만든다는 것이 어찌 보면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독자들도 많다. 

▲ 촛불 집회 현장에서 대전일보호외를 읽고있는 시민들

 지면을 근간으로 한 신문사는 불행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대통령의 탄핵 상황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호외를 제작하는 게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하지 않는 호외발행은 지역 타 언론사에도 좋은 기사거리가 됐다.
호외를 발행한다는 사실을 미리 친한 선후배들에게 알려줬고 배포 장소와 시간을 공지한 덕분에 통신사와 방송사 등에 대전일보 호외 발행이 기사화됐다.
기자로 살아갈 날이 앞으로 많이 남아 있지만 얼마나 더 호외가 발행될지 모른다.
호외에 담겨진 내용이 국민들을 슬프게도, 기쁘게도 할 수 있지만 묵묵히 그 일을 할 수 있는 신념이 계속되길 바란다. 
                                         - 대전일보 인상준 취재1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