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일보 이용민 취재2부 차장

생활 방식을 바꾼다는 건 불편함들과 전투다.
지난 연말 충북도청에서 대전시청으로 출입처가 바뀌었다. 당장 이사를 할 수도 없는 처지라 청주에서 장거리 출퇴근을 하게 됐다. 왕복 2시간 이상을 차 안에 있다 보니 날마다 분주해지는 느낌이다. 분주함의 무게는 하루 80그램 정도다. 두 달 정도 지나는 사이 체중이 약 5㎏ 줄었더라.
아침에 일어나는 일부터 전쟁이다.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던 오전 8시에는 이미 대전을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한다. 청주에서야 딱히 운전한다는 의식도 없이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대전은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노심초사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깍듯이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다행스러운 건 지하철이 있다는 점이다. 익숙지 않은 도로에서 방황하는 일도 없고 목적지에도 금세 데려다 준다. 이미 생활이 된 대전시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지하철은 삶의 방식을 바꿔주는 교통수단이다.
가장 큰 전쟁은 시청에서 벌어진다. 수많은 직원들이 서로 다른 이름과 얼굴로 인사해온다. 이미 불혹을 넘긴 뇌세포에 새기기엔 무리인 숫자다. 망각과 싸우다 보면 하루가 눈깜짝할 새 지나간다. 다음날이면 '본 적은 있는데 누구였더라…' 늘 패자가 돼 있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 아닌가. 출근길 문득 멀리 하늘을 보니 제법 어둠을 지워냈다. 대전 근무를 시작한 동지 즈음과는 사뭇 다르다. 태양은 이미 춘분점을 지났다. 보도블록 틈새로 삐죽 올라오는 초록색 잔디들이 반갑다. 대전이란 도시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전역과 서대전역을 구분할 수 있게 됐고 암호처럼 보이던 APCS와 DCC가 무언지도 알게 됐다. 꿀 먹었던 입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맛집 얘기를 하며 너스레를 떨 여유도 생겼다. 시청 건물에 들어서면 제법 편안함까지 느껴진다.
좌충우돌 대전 공기에 익숙해지는 사이, 후배가 조선일보에 들어갔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 기사를 쓴 녀석이다. 털털한 성품처럼 문장은 그다지 유려하지 않지만 늘 성실하다. 대부분 단순한 뺑소니 사고로 단신 처리한 사건을 끈질기게 주변을 훑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글은 시간이 갈수록 다듬어지지만 성품은 그렇지 않다.

 충북에서 일할 때와 비슷한 점은 기자의 샐러리맨화다.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정량 이상의 업무가 있다. 새로운 환경은 가뜩이나 비대한 몸을 더욱 무겁게 한다. 이제 '크림빵' 후배처럼 뛰어다닐 자신은 없다. 그래도 좀더 대전이란 도시에 적응하면 또다른 '크림빵' 후배가 뛰어다닐 수 있도록 기사를 메꿔내는 일을 제법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아직 대전생활은 짙은 안개 속을 거니는 듯 하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하루 또 하루 분주함의 무게를 쌓아 나가다 보면 봄이 오듯 자연스럽게 대전충남기자협회의 일원이 되지 않을까.
         - 대전일보 이용민 취재2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