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JB 대전방송 이수복 인턴기자

“빨리 안 뛰어!”

  별안간 불호령이 떨어졌다. 숨을 헐떡이며 차로 들어온 신입 둘은 ‘죄송합니다.’를 연신 내뱉기에 바빴다. 처음 나간 현장취재, 대전을 찾은 반기문 전 총장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과욕을 부렸다. 이것이 불호령의 원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기자 선배들은 1초라도 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해 좋은 자리를 선점해야 했다. 그런데 막내 둘이 늦을 뻔했으니, 충분히 불호령이 떨어질 만했다. 선배를 놓칠까 더욱 바짝 긴장한 채 뒤를 쫓았다. 어떻게 흘렀는지 몰라 정신이 아득했던 하루, 퇴근길 휴대폰은 불이 났다. ‘이게 너냐’며 묻는 메시지로 가득했다. 반기문 전 총장 옆을 바짝 붙어 다닌 덕에 TV며 사진이며 안 나오는 곳이 없었던 탓이었다. 영상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입가에 묘한 미소가 폈다. 긴장으로 잔뜩 힘이 들어간 어께도 그제야 풀렸다. 그렇게 배움의 또 하루가 지나갔다.

  지금 나의 삶은 배움의 연속이다. ‘인턴’의 신분으로 기자수업을 받고 있다. 경찰서를 돌며 형사 형님들을 찾는다. 슥 보고 무시하기 일쑤인 형님들에 데면데면 인사를 건넨다. 그사이 눈을 굴리고 귀를 기울이며 사건냄새를 맡느라 진땀을 뺀다. 하루 커피 10잔쯤 마시는 건 다반사다. 쪽방촌을 돌며 그간 가졌던 편견을 깨기도 한다. 거리에 너부러진 노숙자에 가려진 다른 부류의 노숙자를 만난다. 다시 일어서려 꿈틀대는 그들의 삶의 의지에 탄복하고 존경심을 갖기도 한다. 빈병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할머니에 안타까워한다.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온몸으로 느낀다. 사건체크 전화를 너무 자주 하는 게 아니냐며 따져 묻는 상황실과
  입씨름을 벌이기도 한다. 매일 주어지는 과제 속에 난 조금씩 기자의 깜냥을 다지고 있었다.
겨우내 발은 뜨거웠다. 눈이 눈인 줄 몰랐고 겨울이 겨울인줄 몰랐다. 인턴 둘은 그렇게 열정으로 겨울을 녹이고 있었다. 우리의 열이 전해진 탓일까. 나무에 봄이 아른하다. 산책을 하다가 가지에 달린 꽃망울을 바라본다. 우린 가지 사이 피지 못한 꽃망울이다. 꽃망울 둘은 선배 꽃을 보며 만개를 희망한다. 희망한다.

                              -TJB 인턴기자 이수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