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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과 기사의 무게만년필과 기사의 무게
대전일보 정재훈 기자  |  bodo@tj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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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30  11: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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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필과 기사의 무게'

   
▲ 대전일보 정재훈 기자

 

  세상에, 아직도 만년필을 쓰는 사람이 다 있네요.”

어느날 만난 취재원이 내게 한 말이다.

핀잔인 듯 아닌 듯 묘한 어투에 순간 내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골동품을 쥐고 다니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아닌가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만년필을 쓰기 시작한지는 10년이 조금 넘었다.

대학 다니던 시절 집에서 굴러다니던 구형 빠이롯트 만년필을 처음 잡아 쓰기 시작하던 것이 쭉 이어졌다.

   하나 둘씩 사 모으고, 지인과 아내에게 선물 받은 만년필은 어느새 펠리칸 M400, 워터맨 찰스톤, 헤미스피어, 파카45, 라미 사파리 등 7-8자루 정도가 됐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를 때면 만년필을 습관처럼 챙긴다.

   남방 주머니에 꽂힌 만년필 종류는 그날 기분 따라 달라진다.

   잉크도 주기적으로 넣어줘야 하고 뚜껑을 열어두면 쉽게 마르며 촉 끝부분인 닙 방향을 바로 쥐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만년필은 볼펜보다 번거롭고, 불편하다.

   그럼에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게감과 함께 불편함이 주는 이상한 매력 때문이다.

   노트북과 태블릿PC같은 IT기기를 두르고 취재현장을 누비는 작금의 시대에 잉크를 꾹꾹 채워가며 쓰는 이유는 가짐에 있다.

   내게 만년필은 몸가짐, 마음가짐을 추스르는 주술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상징이 존재한다.

   취재기자가 기사를 원고지에 쓰던 것에서 워드프로세서로 바뀌었어도 기자의 상징은 노트북이 아니라 만년필이다.

   기자협회 상징 또한 만년필촉이고, 신문 만평 속의 기자는 만년필을 둘러매고 등장한다.

   혹자는 남방에 꽂힌 만년필을 두고 상투적이라거나 고리타분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기자수첩에 만년필을 흘려 쓰고 있노라면 기사의 무게감을 아주 가끔 실감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만년필은 손에 바로잡아 쓰지 않으면 글이 나오지 않는다.

   마감에 시달려 노트북 자판을 휘뚜루마뚜루 두드리며 날림으로 기사를 쓰다보면 엉뚱한 오타나 오보가 나기 마련이고, 그럴 때면 영락없이 바로잡습니다를 써야 한다.

   바로잡힌 기사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바로잡아야만 글씨를 쓸 수 있는 만년필로 이끈 셈이다.

   ‘좋은 구두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격언처럼 좋은 만년필이 바로잡힌 좋은 글을 인도한다는 믿음을 갖고, 나는 오늘도 만년필 한 자루를 짊어지고 현장을 나간다.

 

                              대전일보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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