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정치엔 관심이 없었다. 외근 기자의 첫걸음은 사회부 사건기자부터라고 생각했다. 사건 현장을 굴러다니며 경험을 쌓고, 그러면서 성장하겠거니 여겼다. 사회부, 문화부, 경제부 등을 거친 뒤 소위 ‘척 하면 착’ 하고 기사를 쓸 정도의 연차가 됐을 때 가는 곳이 정치부라고 믿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정치부로 배속됐다. 2011년 입사해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편집부에서 제목과 씨름하던 경험이 전부인 상황에서 말이다. 심지어 외근기자로서의 첫 출입처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 민의의 전당’ 국회의사당. 이제 막 데뷔전을 치르는 루키가 첫 상대로 챔피언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괜한 위압감에 시쳇말로 ‘후덜덜’ 했다.
 

그래도 한편으론 기대감에 차오르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 27세의 지역신문 기자가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부를 헤집고 다닐 기회가 흔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충청투데이 정치부 새내기의 여의도 생활이 시작됐다.
 

처음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국회에서 일어나는 지역 관련 현안을 스스로 찾고 판단해서 기사화해야 했다. 충청권 의원들은 물론이고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피해대책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을 비롯한 다른 지역 의원실의 움직임에도 귀를 세우고 있어야 했다. 충청권 출향 명사 모임인 ‘백소회’와 충청 향우회, 지역 출신 정부 부처 관료와 지금은 야인이지만 재기를 노리는 인사들까지. 확인하고 관리할 일이 산더미처럼 느껴졌지만, 오히려 재미있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충청권 국회의장단 탄생, 여야 대선 경선 과정, 선진통일당의 소멸, 자정을 넘긴 끝에 파행으로 끝난 안전행정위원회의 세종시특별법 처리 과정, 현재는 국회의원인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출마선언, 18대 대선 레이스, 인수위원회 출입, 4·11 재·보궐 선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둘러싼 지역 여야 의원의 암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입원한 삼성의료원을 항의 방문한 유류특위 위원들 동행취재,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담 등 잠깐 생각해도 수많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그렇게 1년 3개월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2~3년은 더 국회를 출입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난 9월 30일 서울 생활을 마치고 다시 본사로 돌아오게 됐다. 다시 새내기 기자가 된 셈이다. 사회부에 배속돼 시청과 구청이라는 새로운 출입처를 담당하게 됐다. 언제나 새로운 환경은 사람을 긴장하고 주눅이 들게 하지 않던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수습딱지를 갓 뗀 새내기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국회에서 하던 것처럼 보는 열심히 돌아다닐 생각이다. 우선 지면을 빌어 선배·동료 기자 여러분께 인사 올린다.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체 해주시길 바란다. 적응기간 동안 많은 지도편달과 밥과 술을 부탁드린다. 아울러 서울에서 미처 인사 못 드린 분께도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