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미국의 한 고등학교 강당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여든다. 공개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뉴스 이해교육이 마련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는 PBS 방송국 뉴스앵커가 사회를 보고 워싱턴포스트 발행인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자들은 최근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설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엄청난 양으로 확산되면서 사실 확인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웨이마우쓰 워싱턴 포스트 발행인은 어린 친구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유일한 뉴스 출처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친구들이 보내준 링크를 통해서만 뉴스를 접한다고 말했다.

비비안 쉴러 미국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 대표(NPR사장)는 학생들에게 진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우리 교육자와 언론인들의 몫이다. 어떤 정보나 뉴스를 접했을때 이것의 출처는 누구인가, 다른 쪽은 어떻게 얘기하지, 왜곡된 것 같은가, 누가 보도를 하고 있지?, 어떤 회사에서 보도했지? (교육을 통해) 이런 모든 질문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그 출처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과 학부모, 주민 등 500여명이 메모를 해가며 진지하게 경청한다. 질의 응답시간이 되자 질문자들이 긴 줄을 이뤘다.
 

토론회가 열린 월트 휘트먼 고등학교는 지난 2008년부터 뉴스 이해교육을 해왔다. 이 수업은 '미국 정부론'이라는 정규 과목의 일부다. 대학 입학 때 학점이 인정되는 과목이다. 현직 기자들이 직접 수업을 진행한다. 기자들은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방법, 정부의 진의를 파악하는 방법, 공정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한 학생은 "이 수업이 모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흡수하지 않고 뉴스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 텔레비전이나 온 라인에서 보고 듣는 것은 항상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수업을 통해 그런 것이 항상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어떤 기사를 볼 때 항상 인용된 출처를 찾아본다. 정보의 출처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보가 신뢰할만한 출처에서 나온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나의 지식과 상식을 동원하기도 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 그 다음에는 다른 출처에서 나온 정보와 비교, 확인한다"고 했다.(KBS 미디어 비평 '뉴스, 배운 만큼 보인다', 2010년 10월 15일 방송)
 

꽤 오래전 방송된 것이지만 우리도 학생들에게 이런 미디어 이해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온 필자로서는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 어떤 뉴스가 신뢰할만한 것인지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우리 사회도 최근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리분별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미디어와 뉴스를 바로 보는 방법을 알게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혼란스런 정보들이 쏟아질수록 미디어와 뉴스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모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흡수하지 않고 뉴스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미디어 교육'은 바로 이러한 필요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수 있다. 미디어 교육은 단순한 신문읽기 교육이 아닌 수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미디어를 해독, 평가,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시켜 주고, 더 나아가 공공생활에 적극 관여하는 민주시민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필요성을 훨씬 먼저 인식한 서구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미디어 교육을 실시해 왔는데,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별도의 정규과목으로 가르치는 곳도 있고, 정규과목 속에 한 부분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또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상대로 교육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이러한 교육을 이끌어 가는 곳은 2008년 설립된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라는 단체이다. 미국 방송사 CNN, ABC와 신문사인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미국의 대표적인 14개 언론사 출신 전ㆍ현직 언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 학교 현장에서도 교사나 강사 등을 통해 일부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미디어센터 건립이나 관련 단체 등에 의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정비나 보다 활발한 학문적 지원, 구체적 연대활동 등은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 뒤늦게나마 초ㆍ중ㆍ고 교과과정에 미디어교육 반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미디어교육지원법'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 제정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듯 하다. 이 법안은 지난 17대 국회 때도 언론시민단체의 운동을 통해 발의가 됐지만 폐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학교 미디어 교육에 지역 언론인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미디어 교육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언론인들은 실제적 경험과 직업의식 등을 바탕으로 수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미디어를 해독, 평가,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시켜 줄 수 있는 적임자이다. 지역의 뜻있는 기자들이 힘을 모아 우리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재능기부'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