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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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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31  0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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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이호진 기자
 지난해 12월 회사를 연합뉴스TV로 옮기고 선배로부터 기자협회보 작성 요청을 받았을 때 두근거리는 마음이 앞서 흔쾌히 알겠다고 말했다. 

 무려 5년여 만에 기자협회보에 글을 쓸 생각을 하니 할 말이 아주 많을 것 같았다. 그 사이 회사를 2번이나 옮겼고, 보잘 것 없지만 안줏거리 삼을 수 있는 무용담도 쌓였다.

 하지만 막상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다. 일필휘지의 경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곧 잘 글을 쓴다고 스스로 여겨왔는데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지껄였던 "제가 펜촉이 아주 무뎌져서요"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 

 2012년 대전일보 55기로 기자 첫발을 내디뎠다. 무서울 게 없었다. 시장 상인들과 노닥거리며 막걸리도 마시고, 차려입고 백화점에 들어가 어쭙잖게 유통을 얘기했다.

출입처를 사건으로 옮겨서는 이 현장, 저 현장을 다니며 몸으로 부딪혔다. 미천한  내 기사가 지면에 올려지고 사람들 입에도 오르내리는 것이 즐거움이면서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 됐다.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은 늘 나의 펜촉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더 기사를 잘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심층적인 기사를 쓸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다. 안되면 부딪히려고 했고, 아니면 누구와도 맞서겠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회사를 옮겼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결혼을 했고, 아이도 생겼다. 생활이 바뀌었다. 철부지 아들에서 아버지가 됐고,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 이제 내가 어머니와 아내, 아들의 그늘이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내 펜촉이 무뎌졌다는 것이다. 생활이 바뀌고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핑계를 댔다. 말 그대로 다 부질없는 핑계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은 늘 펜촉이 날카롭다. 유능한 후배들은 베일 듯한 기사를 써 낸다. 난 날카롭고 냉철한 기사를 쓰는 법을 애써 잊고 있었다.

쌓여가는 연차가 불현듯 부끄럽게 여겨졌다. 출입처를 들어가도 처음 기자가 됐을 때 마음에 새겼던 '불가근불가원'의 원칙도 없어졌다. 그렇게 난 회사원이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자문한다. 

 무서운 게 생겼다. 내 식구, 내 삶이 망가지는 게 무서웠다. 아니 기자 생활을 하면 식구와 삶이 망가질 거라는 생각이 문제다. 

 안주했다. 회사를 옮기면서 그게 인정받는 것이라고 여겼다. 이 정도면 됐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잘'보다 '적당히' 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여러가지 문제의식도 내 안에서 스스로 무마시킨 거다.

 건방져졌다. 마음 속에 자만이 자리잡았고, 언제라도 예리하게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믿었다.

 연합뉴스TV로 적을 옮기고 본사에서 교육을 받던 중 한 후배 기자의 메신저 배경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후배 기자의 은사께서 해 준 말이 적혀있었다. 

 '기자는 가장 힘있는 사람도, 가장 힘 없는 사람도, 오늘 태어난 아이도, 오늘 죽은 이도 만난다. 그 가운데서 자신이 왜 존재하는가를 잊지 않을 수 있는가?' 이 간단한 물음과 간단한 원리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없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 

 회사를 새로 옮기면서 한 면접관이 물었다. "이호진 씨는 왜 회사를 옮기려고 해요?" 라길래 "제 삶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서입니다."라고 답했다.  

 그 중에 내가 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내 펜촉을 다시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다. 회사 선후배들은 물론 대전세종충남 선후배들에게 누가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해야한다.

애써 감았던 눈을 뜨고, 사회를 무서워하지도, 안주하지도 말아야한다. 사회를 바로 보고 바로 전할 수 있는 기자가 되어야 한다. 보잘 것 없는 능력이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부끄럽진 않아야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장 기쁘게 여기셨던 이호진 기자라는 내 명함에 먹칠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한다.

-연합뉴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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