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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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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2  17: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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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1일 오후였다. 미국 포틀랜드 공항에서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불현 듯 깨달았다. 휴대전화를 공항 화장실에 두고 온 것을. 이륙까지 10여 분 남았다. 승무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없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막막했다. 저장된 수많은 번호, 사진, 핸드폰 커버에 꽂혀있는 신분증과 카드를 어떡해야 하나. 함께 간 카메라 기자 선배 전화로 수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도 남겼다. 찾아주면 사례 하겠다고. 하지만, 아무런 답도 없었다. 경유지인 시애틀에서 인천으로 다시 집으로 16시간 정도 걸렸다. 그 동안 꽤 우울했던 것 같다. 일 잘하고 와서 이게 웬 날벼락이람. 요즘 세상에 휴대전화가 없다는 것은 참 불편한 일이었다.

다음 날 휴대폰을 새로 장만할 때까지 꽤 많은 생각을 했다. 난 휴대전화 그 작은 화면에 내 시간을 너무 많이 쏟아왔던 것은 아닐까. 시간이 날 때마다 야구 기사를 봤다. 업무와 상관 없는 각종 가십 거리를 쫓는다. 카톡은 또 얼마나 자주 하는가. 단체 방이 몇 개 였더라 셀 수도 없다. 가끔 운전할 때도 카톡을 확인했던 것 같다. 집에서 아이를 볼 때도 쇼파에 앉아 멍하니 휴대전화만 만지막 거린 때도 있었다. 거의 중독 수준이다. 그래서였다. 새로운 휴대전화를 장만하며 과감히 요금제를 낮췄다. 전에는 거의 무한 데이터 였는데, 확 줄였다. 휴대전화로 쓸데 없는 것 검색할 시간에 뭔가 더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 결심한 것이다.

조금씩 철이 들고 회사 연차가 늘어갈수록 정말 나에게 중요한 것에 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서로의 하소연을 나누는 회사 동료들과 대화, 가족과의 소중한 일상,
자기 발전을 위한 투자 등이 그깟 휴대전화 속 세상보다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작은 결심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포틀랜드에서 ‘주민자치’를 취재하면서 만난 현지 시민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 참여 민주주의 5대 도시로 꼽히고 있는 포틀랜드 시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마을, 만나는 이웃들에 집중했다. “We really care our district" 이것은 주민자치에 헌신적인 포틀랜드 어느 시민의 참여 원동력이었다. 그러면서, 독특한 멋과 소박한 삶, 여유로운 일상을 추구한다. 이른바 ‘킨포크’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지만, 시간을 보낼수록 멋졌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주변, 내 이웃, 내가 사는 지역이다. 포틀랜드가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도시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일상에서의 행복을 추구하는 작은 정성과 관심이 모여 포틀랜드를 만든 것이다. 뭔가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일상의 행복을 만드는 수단인 것이다. Make Potland Weird!

다음 달 방송을 앞둔 대전 mbc 보도특집 시민주권 특별자치시 “세종시”에 관한 다큐는 이런 생각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어떻게 바꿀지, 경력 단절맘의 제2의 인생을 여는 방법은 무엇인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청소년들이 잘 자라며, 노인들이 행복한 동네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이 모든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세종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현실에 불평하기보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 뛰어드는 사람들. 내가 살고 있는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면서 멋과 흥도 있는 정말 사람 냄새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통해 포틀랜드에서의 인상적인 취재 경험이, 또 주민자치 특집 다큐가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대전MBC 고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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