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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9에서 NEWS7으로, 기자에서 P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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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1  21: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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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석 기자


지난해 9월 중순쯤이었을 겁니다. 도청에서 인터뷰를 하려는데 국장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기도, 안 받기도 아리까리한 상황 있잖아요. 부장 전화라면 안 받았을 텐데, ‘국장이 웬일이지?’ 호기심을 못 참고 통화버튼을 눌렀습니다. 국장 왈, ‘10월 인사 때 대전에 들어오면 저더러 ‘7시 뉴스’를 맡아 달라’고 하시더군요. 기자생활 15년 동안 출입처를 안 나간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었지만 인터뷰이를 앞에 두고 길게 통화를 할 순 없었습니다. ‘일단 알겠고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연락드린다’고 전화를 끊었던 것 같은데, 비극은 그때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 6개월째 기자가 아닌 PD로 살고 있습니다.

대충 알고는 계시겠지만 KBS는 지난 2월부터 매우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4번, 40분짜리 ‘7시 뉴스’를 지역총국 단위에서 ‘통으로’ 각각 방송하는 겁니다. 본사 외에 9개 총국이 모두 <오프닝부터 클로징까지> 별도로 진행하니까 전국에서 동시간대 10개의 서로 다른 뉴스가 방송되는 셈입니다. 모든 총국이 본사 7시 뉴스를 수중계하다가 말미에 5분 정도 로컬 뉴스를 진행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포맷이지요. 처음엔 잠도 안 오더군요. ‘9시 뉴스’ 15분을 때우기 힘들어 보도국이 쩔쩔맸던 기억도 스멀스멀한데...40분짜리 뉴스를 하라고??? 나더러????

<지역성 강화, 공영성 강화>라는 성과를 원하는 본사에서 보도자료가 먼저 나왔습니다. 지역이 중심이 된 새로운 뉴스, 지역뉴스의 심층성과 다양성의 구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변화 속에 지역방송의 활로 모색. 뭐 좋은 말은 다 써놓았더군요. 그런데 솔직한 제 고민은 딱 한가지였습니다. <시청자들이 과연 40분짜리 로컬뉴스를 보기는 할까?>

고민이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 고민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데일리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제 인생에 가장 바쁜 반년이었습니다. 기자 땐 갑질(?)도 좀 했었던 것 같은데 PD가 된 뒤로는 여기저기 사정하고 다니는 게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6개월 만에 취재원은커녕 언론사 선후배, 친구들 연락도 거의 끊겨 버렸네요. 평소에 ‘PD들 팔자 좋다’고 뒤에서 흉봤던 거 반성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꾸역꾸역 이어온 방송이 어느덧 40회째네요. 그리고 요즘 어렴풋이나마 고민의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7시 뉴스를 하면서 느끼는 건 <지역의 시청자들은 ‘제대로 된’ 지역소식에 목말라 있다>는 점입니다. 7시 뉴스의 경우 시간이 여유롭다 보니 ‘얘기되는 아이템’ 하나를 7~8분씩 소화할 때가 있습니다. 9시 뉴스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그런 뉴스는 유튜브 조회수가 수만 건을 넘어가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로 옮겨져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얼마 전엔 후배 기사의 유튜브창에 이런 댓글이 달렸더군요, “이게 뉴스지!” 댓글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는데 아이템이 뭔지 아십니까? <교통지옥 세종시>였습니다. 어찌보면 참 별거 아닌 아이템이었는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고민은 늘 한다면서도 생활과 밀착된 아이템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말이죠.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전에서 처음 나왔을 때였을 겁니다. 역시 7~8분 동안 확진자 동선만 가지고 아이템을 구성했습니다. 그날 뉴스 시청률은 17.5%였습니다. 해당 아이템이 방송될 때 분당 시청률은 20%를 넘었습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이상황을 감안해야 할 테지만 역시 시청자들이 원하는 ‘제대로 된’ 지역소식은 먹히더군요. 뉴스홍수시대에도 말이죠.

또다른 한 가지는 <시청자들은 ‘친절한 뉴스’에도 목말라 있다>는 겁니다. 여전히 방송뉴스의 절대형식으로 통용되는 <1분20초 리포트>는 어찌보면 참 불친절한 뉴스입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꼴입니다. 주요 뉴스를 리포트로 구성해 방송하는 게 편하니 모든 뉴스가 리포트와 단신으로 처리되는 거죠. 철저한 공급자 마인드입니다. 거기에 1분20초에 내용을 압축하다 보니 제가 들어도 어려운 뉴스가 한둘이 아닙니다. 물론 여기에는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 짧은 시간 안에 방대한 소식을 담아야 한다는 나름의 고민과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그 철학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맛없는 한정식집’같은 뉴스를 계속 지향해야 할까요? 시청자들은 자신이 궁금한 소식을 자세히 풀어주길 원합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은 중언부언해도 되고 시간을 좀 지체해도 괜찮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매체가 넘쳐나는 시대에 보도자료 받아쓰는 뉴스 몇 개 안 나간다고 KBS뉴스의 질이 떨어지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덧붙여 뉴스 내용에 따라 형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천편일률적인 리포트 형식은 더 이상 소구력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7시 뉴스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 않았던 방식이라 아직은 부족하고 때론 어색하지만 시청자들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자화자찬은 적당히 하고 이쯤에서 한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무리 지역언론이, 지역방송이 위기라고 해도 돌파구는 분명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KBS 뉴스7>이 그 해답일까요? 저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의미있는 시도를 했다는 점은 인정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뉴스7에 대한 저희 회사 내부 반응은 한마디로 기대반, 우려반입니다. 공중파의 위기 속에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다 보니 ‘1~2년 하고 말겠지’ 예상하는 이들도 상당수입니다. 하지만 고무적인 건 뉴스7에 대한 후배 기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일 계속되는 ‘코로나19’ 특보로 지칠만도 한데 아이템을 갖고 먼저 저를 찾아와 주는 후배들이 있어 뉴스7이 KBS 지역뉴스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걸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지역의 선후배 동료 여러분들도 KBS의 이러한 시도를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고 때론 애정어린 조언을, 때론 냉철한 비판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KBS대전 송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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