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인기 가수의 콘서트에 다녀온 날이었다. 자정 무렵 집에 와 씻고 라면을 먹다 보니 휴대전화가 없었다. 전화를 걸어봤지만 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차에 두고 내렸나?

하지만 차에도 없었다. 분명 차에서 내린 다음 휴대전화를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는데, 그 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누군가 전화를 받은 건 그때였다!
“여보세요? 제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는데요. 어디시죠?...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저벅저벅 걷는 소리와 함께 휴대전화가 옷깃에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전화를 끊고 다시 걸었다. 이번엔 벨이 10초 쯤 울린 뒤 전화를 받더니 바로 끊어버렸다.

누군가 휴대전화를 주워 가지고 간 게 틀림없다. 남편과 나는 노트북을 켜 위치 추적을 시작했다. 휴대전화 위치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4개동 사이에 빨간 점으로 찍혔다.

범인은 이 안에 있군!
CCTV를 확인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은 직원은 CCTV에 찍힌 게 없다고 했다. 다만 사각지대가 2곳 있다고 했다. 경찰에서는 물증이 확보되면 다시 연락 달라고 했다. 그 사이 휴대전화는 아예 꺼져버렸다. 확신은 더 커졌다.

남편은 누군가 휴대전화를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상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으니 원격으로 휴대폰을 초기화하자고 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는 당장 오늘 콘서트에서 찍은 사진부터 신혼여행까지, 몇 개월 동안 백업해두지 않은 사진이 잔뜩 있었다. 휴대전화와 함께 추억까지 잃어버리는 것 같아 속상했지만 방법이 없어 보였다. 결국 초기화했다.

벌써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제 자야지, 누우려고 하는데 세탁실에 간 남편이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 손에는 밤새 찾아 헤매던 그 휴대전화가 들려있었다.
그랬다. 남편은 콘서트가 끝나고 돌아와 내가 씻고 있는 사이 빨래를 돌렸던 것이다. 주머니에 휴대전화가 든 채로. 최신형이었던 휴대전화는 세탁기에서도 방수가 됐고, 심지어 전화를 받고, 끊고, 전원까지 꺼버린 것이다.

이럴 땐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그 날 아침은 이불킥을 하다 지쳐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깬 다음엔 연락처를 저장하고 필요한 앱을 설치하느라 주말을 보냈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보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본다고.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기자로서 편견 없이 주변을 보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한참 멀었나보다.

KBS대전방송총국 이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