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이 폭풍처럼 지나갔습니다. 짧은 2년 동안 제 소속은 ①사건팀에서 ②행정팀으로 ③.디지털팀으로, 다시 ④사건캡으로 그리고 ⑤.7시 뉴스팀까지, 총 5번이 바뀌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 역할이긴 했지만 가욋일로 편성프로그램 ⑥.'토크쇼'도 경험해봤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단연 디지털팀 근무였습니다. 언론 소비행태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세상을 체감해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야 말로 그 시대를 가장 모르는 이들이다' 기사 작성에서 멀어져보니 그제서야 보이더라고요​​

평소 기사를 쓰면서도 ‘이 기사를 누가 봐줄까’, ‘내가 쓴 기사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인가’ 의문이 들 때가 많았는데요. 경험해보니 손톱만큼은 깨닳은 게 있습니다.

먼저, 반응이 즉각적이었습니다. 내 생활과 관련된 정보, 또는 필요한 소식에는 ​실시간으로 접속자와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렸습니다. 반면, 우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쓰는 지역 예산 기사, ‘자치단체’나 '연구단지' 등에서 내는 보도자료성 기사. 뻔한 1분20초짜리 리포트는 철저히 외면당했습니다.

수습 때부터 지겹도록 배우는 역 피라미드식 구성, 스트레이트 기사, 박스 기사 등등 기사 형식 역시 기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았고요. '단독' 타이틀에도 언론 소비자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뉴미디어 시장에서 KBS는 여러 콘텐츠 제작자 중 하나일 뿐 매력적인 아이템이 없다면 브랜드 파워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기사 생산뿐만이 아닙니다. 생산된 기사를 소비자들에게 '배달'까지 해야 했습니다. 시청자들이 관심이 있을 만한 사안은 각종 커뮤니티 등에 '직접배송' 또는 '간접배송' 서비스까지 해야 겨우 우리 상품을 봐줬습니다.

물론 뉴미디어상의 기사 소비행태가 '선'은 아닙니다. 소위 '섹시한' 기사가 훨씬 더 잘 소비되고 클릭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칫 황색저널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선수들끼리 보는 이 짧은 지면에서 레거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저널리즘까지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주목할 점은 지금 이 시간에도 급격히 변하고 있는 언론 소비행태의 변화입니다. 소위 진짜 필요한 정보가 아니면 철저히 외면 받게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끝’이라는 건 알게됐네요.

아시다시피 기자 사회 변화는 더딥니다. 하루 하루 아이템에 치여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고 있으니까요. 여전히 선수들 사이에서만 유효한 단독, 소지역주의에 얽매인 기사, 공무원들에게나 필요한 정보 등이 주요 기사로 분류돼 지역의 메인 뉴스와 지면 대부분을 매우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답을 모르니 찾으려 발버둥을 쳐봐야겠죠. 다양한 기사를 시도 하다보면, 일부는 변화하는 언론 생태계에서 '자연선택'을 당하겠죠.?

지역의 많은 협회원들이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기사로 성공 모델을 보여주고, 그 성공이 지역의 다른 언론 종사자들에도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하길 바래봅니다.

KBS대전총국 보도국 박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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