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습을 뗀 지 6개월 된 TJB 사건팀 막내기자입니다. 제대로 아는 것 하나 없기에 취재현장으로 향하는 매 순간이 새롭고 생생합니다. 그렇지만 제게도 유독 기억이 선명한 날들이 있습니다. 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아동 학대 연속 보도’의 시작, 6월 2일도 그런 날 중 하나입니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그 날 아침도 소방일지를 확인하며 시작했습니다. 음식점 화재, 교통사고.. 크고 작은 사고 중 유독 한 사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심정지 (남, 9세)’, ‘여행용 캐리어 속에서 의식 잃고 발견’ 글씨를 보자마자 이곳저곳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일지 그대로 9살 아이가 캐리어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119에 신고했던 계모는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 체포 됐습니다. 전 국민이 공분했던 천안 가방 학대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여러 매체가 이 소식을 빠르게 세상에 전했습니다. 저녁 뉴스에도 이 소식은 메인을 장식했고, 수사에서 새롭게 밝혀지는 내용들도 속속 기사화 됐습니다. 워낙 국민적인 공분이 컸던 사건이었기 때문이었겠죠. 저와 사건팀 선배들도 함께 분노하며 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분노는 차츰 ‘더 이상 아동학대는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 후속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2개월에 걸친 아동학대 기획 보도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저와 선배들의 보도가 남들보다 빨랐던 것도 아니고,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았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조금 더 오랫동안 보도했습니다. 아동학대의 원인은 무엇일까 직접 거리로 나가 실험 카메라도 해보고, 조금이라도 아동 학대 가능성을 줄여보고자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물론 2개월에 걸친 기획 보도는 중간 중간 어려운 점도 많았습니다. 매일 같이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고, 우리 지역의 비 피해도 이어졌습니다. 매일매일 터지는 발생 사건들은 기획 기사를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선배들이 본인들이 일을 더 하더라도, 이 기획 보도가 마무리될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결국 그런 진정성이 아동학대 기획 보도를 계속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었고, 저의 첫 이달의 기자상 수상이라는 분에 넘치는 영광으로 이어졌습니다. 상이 보도의 모든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는 아니겠습니다만, 기자상이 사회 부조리 문제에 대해 끝까지 관심을 갖고 보도한 것에 대한 작은 격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 사회 부조리와 병폐를 파헤치고 끝까지 관심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JB 김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