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보니 '배우자'가 추가로 등록돼있었다. 문득 '이게 뭐지? 나한테 배우자가 있어?' 라고 생각하며 깜짝 놀랐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지난 5월, 결혼식을 마치고 혼인신고까지 마무리했으니 갓 서른을 넘긴 필자는 어느새 '기혼자'가 됐다.
남은 한평생을 독신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던 한 청년의 모습은 뒤로 한 채, 이제 귀가하면 설거지해야 할 그릇 양을 먼저 파악한다.

또 올해 초까지만 해도 월급의 절반 이상을 술에 투자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제 그런 행위를 저지를 경우 적어도 2주간 읍소의 생활이 이어진다.

'누군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이 정도로 노력했던 적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곱씹으며 지난 세월을 회상하지만, 그럴수록 일상의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올해 코로나19로도 일상에 많은 변화가 필자에게 다가왔다. 첫 대면에서 코와 입이 보이지 않는 인사는 어느새 익숙해졌고, 혹여나 악수를 청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인간으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어디 그뿐일까.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서 30분씩이나 줄을 서고, 단순히 기침만 해도 죽을병 걸릴 것처럼 본인을 의심하기까지 했다.
새벽 2시에도 사람들의 어깨를 피하며 걸어야 했던 번화가는 어느새 한숨으로 가득 찼고, 사람들의 표정에는 이제 온기조차 사라졌다.
이처럼 올해를 돌이켜보니 갑작스럽게 닥친 변화들은 전부 부정적이고 인간을 무기력하게 하는 요소들로 가득 찼다. 이런 탓에 '코로나 우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의 변화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이대로 이전의 일상들을 그리워하면서 과거에 살고 있으면 될까.
지금 이 변화가 우리의 일상을 한 줄기 빛으로 인도하는 변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변화 안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

필자가 느낀 바로는 우울의 늪에 빠진다고 해서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을 한 이후로 아내가 본인의 인생을 속박한다고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곁에 있음을 잊지 말고 감사해야 한다. 우리가 혼자였을 때 그토록 기도하지 않았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평생 곁에 있게 해달라고.

코로나 19로 인해 누리고 있던 모든 일상이 제한적으로 변하고 과거의 일상을 그리워하면서 그 와중에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어들었다면 이번 기회에 본인 스스로와의 교류를 통해 자신을 직접 위로할 수 있고 '가족'이라는 소중함 속에서도 묻어있는 행복을 챙길 수 있다.

아무런 감흥 없이 그저 살아가는 대로 사는 게 인간이라면 본인의 감정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본인의 감정이 우울해지지 않도록 우리는 습관처럼 그 감정이 어떤지 분석해야 하고, 또 행복이 어디 있는지 끊임없이 갈구해야 한다.
최근 몇 달간 당신은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중도일보 신가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