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기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거창한 포부는 없었고 최소한 내가 속한 공동체가 보고 듣고 의견을 나누면서 조금 더 나은 삶을 살도록 고민하는데 연결고리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가 대학교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첫 직장 충청투데이에 입사했다. 오랜 시간 나의 내일이던 꿈이 어느덧 오늘의 내가 되는 순간이었다.

폭풍 같았던 3개월의 수습기간을 지나 정식으로 교육문화팀에 배치된 것도 5개월이 됐다.
처음 한 달은 닥치는 대로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면서 '서유빈 기자'를 알렸다. 명함은 점점 줄고 여러 기관에서 이것저것 쥐어준 형형색색 홍보물품은 나날이 쌓여갔다.

어느 자리에 가도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 외계어들이 이제야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조금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영화감독이 '코로나 기자'로서 살아남는 걸 목표로 하라던 말이 씨가 됐는지 여전히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진땀을 흘리고 있다.

태어나 지금까지 대전을 떠나본 적이 없는데도 내 고장 내도시가 생전 처음 발을 디딘 곳처럼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 지역에 연고가 없는 사람처럼 내가 맡은 출입처에는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했고 코로나 시국에 각종 문화·체육·복지 행사는 일체 열리지 않으니 직접 수소문해 현장의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뿐이다.

어찌 됐든 현장에 나가면 대부분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맺고 돌아온다.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기사를 쓸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갖춘 커다란 가방은 의도치 않았지만 신입기자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에 제격이었고 한마디라도 더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면 취재원이 도리어 두 마디, 세 마디를 되돌려주려 애쓰는 경험을 더러 했다.

왜 기자가 발로 뛰며 취재하고 엉덩이로 기사를 써야 하는지 몸으로 체감하며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하루는 대전예술의전당의 아늑한 객석 자리에 앉았다가 다른 하루는 젊은 연극인들의 피·땀·눈물이 서려있는 작은 극단 연습실에 간다.

그러면서 점점 현장과 현장의 사람들과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인터뷰로 인연을 맺은 한 지역 청년 연극인은 "기사를 봤다는 연락을 많이 받아서 뿌듯했고 어머니는 기특하다며 용돈 30만 원을 주셨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꿈을 꿀 생각이다. 우리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는 '어머니가 준 용돈 30만 원' 같은 기자가 되며 부조리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펜을 드는 기자가 되겠다고.
오래 꿈을 꾸다 보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처럼 뚝심 있게 초심을 지키고 싶다.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