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쁜 아이들을 두둔하는 기사를 쓰나요?"

한 댓글이 저를 고민에 빠지게 했습니다. '가출청소년(가정 밖 청소년)'으로 불리지만 실상은 '학대·방임청소년'들이었던 이들을 주제로 한 기사였습니다. 직접 만나고, 대화한 청소년들은 '무서운 10대'의 모습만은 아니었습니다.

사회에서는 무서움을 주는 존재들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사회로부터 무서움을 느끼는 아이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개는 집에 머물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사람이 떠나간 오래된 모텔과 여관의 '달방'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칼을 든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온 뒤 나이를 속이고 불법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10대의 나이에 70대의 치아를 가진 아이도 있었습니다. '양치질'조차 배우지 못한 가정환경에 부실한 영양상태가 뒤따르며 생긴 일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변명하기보다는 "불법 노래방 도우미 일을 제안 받았을 때 '다행히 먹고 살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담담히 말하던 아이. 이런 모습들을 가감 없이 전하려 노력했고, 실태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나쁜 아이들을 두둔하는 기사를 쓴다"는 말이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매년 위기청소년에 대한 기획보도를 할 때마다 따르는 반응이었습니다. 불법을 저지르고 범죄로 이어진 사례 또한 적지 않았기에 이해가 갔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이 같은 모습이 된 것이 비단 '무서운 10대'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나쁜 아이들일까? 몇몇의 사례일 뿐일까?'를 '직접 조사'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무렵 접한, 조사를 통해 얻은 자료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양적 연구'라는 단어는 새롭게 다가왔고, '연구'를 시도해볼 수 있는 여건과 계기들도 뒷받침이 됐습니다. 도움주신 분들께 정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가정 밖 청소년들을 설문조사하고 그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설문을 하기 전 과정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신뢰도를 위해선, 설문 문항 하나하나에 쓰는 방식이 있고 '그렇게 써야 하는 이유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설문지를 수십 차례 뜯어고치며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연구윤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어렵게 표본 수를 채워나가고, '통계'라는 것과 본격적으로 직면하며 또 한 번 후회했습니다.

'설문이 제대로 될까'를 내심 걱정하기도 했던 제게, 진지한 답변들이 돌아왔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들어줄 곳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을 달리 바라본다고 자부하면서도 편견을 완전히 벗지 못한 것은 저였습니다. 이들의 귀한 응답과 분석 결과를 두 편의 학술논문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KCI에 등재된 국내학술지 두 곳에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한 편은 가정 밖 청소년이 성장기 동안 갖게 된 학대경험이 이들의 가해·피해경험에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한 편은 가정 밖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살펴본 내용입니다.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해 다른 시선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해볼 만한 의미 있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일과 병행하며, 또 시행착오를 겪으며 논문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쉽고 부족한 점 또한 많으나 제가 공들여 쓴 기사만큼이나 애착이 가는 두 편입니다. 기자로서도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청소년들을 지원하던 활동의 상당수가 불가피하게 비대면으로 전환된 지금, 집 밖에 있던 아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하고 걱정스럽습니다. 기자로서 저에게 지속적으로 주어진 숙제일 것입니다. 기자협회보에 기사가 아닌 글에 대해 쓰기에 망설이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 취지만은 이해해주실 거라 믿고 이렇게 기록을 남겨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정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