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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씀 부탁드릴게요.”
제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연구원을 인터뷰할 때 항상 하는 말입니다. 대전과 세종, 충남의 4백만 명, 혹은 전국의 5천만 명에게 여러분의 연구 성과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게 저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요구를 하면 많은 연구원은 난감해하며,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뉩니다. 말씀을 더듬으시거나 비슷한 설명을 반복하죠. 전문적인 용어와 원리가 익숙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학창 시절 ‘과포자’(과학포기자)였습니다. 수능의 과학탐구 영역을 입시에 반영하는 모 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과학탐구 영역을 공부했지만, 정작 수능 시험의 과학탐구 영역 첫 문제를 보고, ‘국수사외(국어, 영어, 사회탐구, 외국어 영역)로 가자’고 포기했던 저입니다. 그런 제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 전문가가 모여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출입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습니다. 그중에 9년은 경찰과 법원, 검찰을 출입했습니다. 화재와 살인 사건, 여러 비리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험한 꼴도 많이 보고, 취재원과 싸우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만큼 심신이 지치는 일입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정식으로 출입한 지 이제 9개월째입니다. 싸우지 않고, 재미있는 과학을 접하게 돼 설렜습니다. 앞선 9년의 경험도 일반인은 쉽게 접하지 못할 일이었지만, 9개월간의 배움도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우주의 블랙홀을 다녀오기도 하고, 핵융합에너지와 중이온가속기 같은 지금도 생소한 기술을 접하고 있습니다.
과학 문외한에 가까운 제가 최고의 과학 전문가들이 몇 년 동안 연구한 성과를 단 몇 시간 만에 이해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과학 출입 기자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업적일지 모를 연구 성과를 정확하고, 쉽고, 재미있게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 방면으로 물어보고, 관련 서적도 찾아보면서 기초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매일 새롭게 공부하는 마음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중학생 수준으로 설명해달라”는 부탁은 시청자가 아닌 저를 위한 부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9개월간의 연구단지 생활로 우리나라 과학 기술이 정말 높은 수준에 올라왔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많은 사람이 알 수 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더불어 느끼고 있습니다.
이 글을 빌어 매번 ‘중학생 수준으로’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시는 대덕특구의 연구원과 홍보실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승섭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