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를 향해 할 말이 나에게 있는 것인가. 세상을 향해 말을 거는 일은 가능한가. 협회에 실릴 소감을 제출하라고 통보받은 뒤로 언젠가 접했던 어느 작가의 독백이 문득 떠올라 일주일이 다 되도록 머릿속을 채웠습니다.

과거의 각오가 어땠는지 확인하기 위해 예전에 써왔던 자소서들을 들춰보다가 ‘좋은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적어놓은 문장에 시선이 쏠렸습니다. 꿈이라는 단어가 새삼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신입 기자로서의 포부를 밝히는 것이 이 글에는 가장 적절하겠지만 차라리 반성문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는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말을 걸기도 하지만, 다시 그 말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이유로 저의 다짐에 대한 소개는 되도록 아끼고 그 대신 하루하루를 잘 채워나가는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기사로 말하는 기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원 시절 빛공해와 야간노동 문제에 대해 팀을 꾸려 기획기사를 썼던 적이 있습니다. 자정이 지날 무렵 조명이 꺼져 어둑해진 뉴욕의 밤거리를 걷다가 잠 못 드는 한국 청년들의 피곤한 눈빛을 떠올렸던 까닭입니다. 첫 기사를 내자 상당수 언론이 일제히 관련 기획을 내걸었고 포털에서도 이 문제가 공론화됐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관점’의 힘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잘 보이지 않던 일상의 문제를 ‘여행’의 시선을 통해 떠올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줄곧 수도권에서만 지냈기 때문에 대전은 모든 게 처음이지만, 도리어 저만의 강점이라 긍정적으로 여기고 잘 적응해보겠습니다.

-김범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