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맞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

“어쩌면 난, 기자가 맞지 않은 사람이었는지도 몰라." 수습기자 두 달차, 친구와의 저녁식사에서 술잔 털 듯 탈탈 말해버린 속내였다. 마냥 당차고 겉속 딴딴한 줄 알았던 내가, 사실은 콕 찌르면 팡 터져버리는 풍선처럼 여린 존재라는 걸, 이곳에서의 두 달 동안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첫 회사, 첫 상사, 첫 사회생활, 첫…. 모든 게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난, 이곳에서 뭐 하나 똑 부러지게 해내는 일이 없었다.  '처음이니까,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여봐도, 다음 날 회사에선 또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틀에 맞게 완벽한 기사를 쓰는 것부터 훌륭하게 사람을 대하는 법까지.

법학과에서 법전만 달달 외워왔던 나에게 다양한 사회스킬과 능력이 요구되는 기자라는 직업은 무거웠고, 까칠했고, 어려웠다. 어쩌면 나는 내게 버거웠던 기자의 펜대를 소심하고 무력하게 내려놓을 작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충청투데이 송혜림 수습기자입니다” 어느 날, 코로나19 완치자 분들을 인터뷰 했던 주말이었다. 기자라는 말에 완치자분들은 그간 힘겨웠던 속내를 눈물 방울 방울 흘리시며 한 마디씩 이어가셨다.
나 역시 주책맞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인터뷰를 이어가던 중, 한 완치자 분께서 마지막에 한 말씀이 내 가슴에 쿡 박혔다. 

"기자님, 우리 이야기를 써 주셔서 감사해요" 내가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던 그 첫날도, 나는 같은 말을 들었다. 2014년, 국가재해로 딸아이를 잃었던 유가족 어머님께서 내 손을 가만히 잡고 말씀하셨던 그 말. "우리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요" 아, 맞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기자라는 직업으로 마음을 빚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렇게 놓아 버린 펜대를 다시 쥐었다. 다사다난했던 겨울내 수습기간도 끝나, 오늘 드디어 꽃 피는 봄날도 맞이했다. 앞으로 어떤 기자로 성장해 나갈 지, 아직은 막막해 도화지에 첫 붓도 뜨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처럼 가만가만 '듣고 써내려가는' 기자로, 그렇게 미숙한 걸음걸음을 띄고 싶다.

-송혜림 기자

‘생각하는 고니’

처음 기자 일을 시작하면 몸이 아주 힘들 것이라고 익히 들었다. 더 빨리 움직이고 더 일찍 일어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투입돼 보니 몸도 몸이지만 정신이 고단했다. 기자는 생각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 직업이었다.

일보를 찾고 기사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확보할지 계속 머리를 굴려야 했다. 예상한 대로 취재가 되지 않으면 기사 방향을 바꿀지 아예 새로운 기사를 찾을지 고민하고 선택해야 했다. 이러한 모든 상황 판단을 스스로 내려야 했다.

막연히 발로 뛰는 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내게 ‘생각하는 기자’란 좀처럼 도달할 수 없는 이상처럼 아득히 멀었다. 시간은 째깍째각 흐르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두뇌 속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아찔함이란 참.. 그렇게 수습을 뗀 첫 한 달 동안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확인했다. 한때 시민을 위하는 기자, 여러 관점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기자를 꿈꾼 적이 있었다.

거창한 희망 사항은 잠시 미뤄두려고 한다. ‘생각하는 기자’에 조금씩이라도 확실하게 다가가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어릴 적 꿈꾸던 기자의 멋있는 모습도 일단 기자로 남아야 가능하다. 생각이 멈추고 판단이 거듭 틀리면 기자는커녕 기레기로도 남을 수 없다.

기자의 ‘생각’이 무엇인지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다. 주변의 평가와 자기만족은 이후 찾아도 늦지 않겠다. 끊임없이 가정을 세우고 증명하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기자의 생각과 판단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대학교 1학년 때 개설한 개인 블로그의 이름은 ‘생각하는 고니’다.

돌이켜보면 참 이름과 반대로 생각없이 휘갈긴 글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 기자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데 떳떳하고 싶다.

-김중곤 기자

내가 보는 뉴스는 스포츠 뉴스가 전부였다.
나는 기자에 꿈이 없었다. 있는 사실을 보도하는 직업보다 나는 물어보는 사람보다 답을 해주는 사람이고 싶었다. 사실 나는 취업 준비생일 때까지만 해도 나는 영화, 드라마 촬영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첫 직장 충청투데이에 입사했다. 뜻이 없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다.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3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쳐 나는 기자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현장의 사실을 시민들에게 보도하며 사실을 왜곡할 수도 나의 주관적인 생각을 넣을 수도 없어서 좋았다. 나는 나의 주관적인 생각과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나의 직업이 좋다. 사진기자라는 특수성이다.

사진을 사실과 반대로 찍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입사 후 사수가 일주일 정도 없어 많이 막막했다.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입사 일주일 후부터 지면을 채우려니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선배들과 동기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수습 3개월을 잘 버틸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것처럼 영상전공이었던 내가 매일 사진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다. 영상이 주였던 내가 부라고 생각했던 사진을 주로 하는 상황이 많이 어색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기자라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현장에 뛰어든다. 역사에 현장에서 숨 쉬는 그들, 우리는 그들을 사진기자라 부른다.라는 말을 제일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새로운 플랫폼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적응하는 기자가 되고싶다. 사진만 하는 기자가 아니라 두 가지 부분을 할 줄 아는 기자가 되고 싶다.

-이경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