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으로 가봐. 캡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수습을 마친 뒤 대전에 내려왔더니 당시 보도국장이 제게 했던 말입니다. 그렇게 회사에서 처음으로 나간 곳은 대전경찰청이었습니다. 기자 1년 차 저의 사건기자 생활은 꽤 고됐습니다. 새벽 5시부터 경찰서 마와리를 돌았고, 2시간마다 사건·사고 체크를 했습니다. 불이 나거나 사건이 터지면 현장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렇게 밤 11시 보고를 마치고 나서야 하루가 끝이 났습니다. 2년 차가 되자 사건 기자로서의 재미를 찾기 시작했고, 3년 차엔 어느 정도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나만의 기획 기사도 여러 편 쓰며, 사건 기자의 행복(?)도 누렸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이 제 기사를 읽어주었습니다. 그동안 쓴 기사를 돌아보니 불산 누출 사건, 양잿물 식기세척기 파동, 택배 아르바이트 대학생 감전사, 동구청 수의계약 논란, 한국타이어 산재 기획보도 등이 기억에 남더군요. 일부 보도로는 이달의 기자상과 올해의 방송기자상 등을 타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그렇게 저의 출입처는 항상 '사건'이었습니다. 임신하고서도 사건 기자로 일했고, 육아 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경찰청 등을 출입했습니다. 대전경찰청은 저의 회사이자, 저의 동료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6년째 대전경찰청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켜봤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련도 찾아왔습니다. 한 곳의 출입처를 오래 출입하다 보니 가끔은 그 사건이 그 사건 같고, 그 일이 그 일 같았습니다.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의욕도 사라지고 활기도 잃어갔습니다. 늘 선배와 함께했던 일을 홀로 해내면서 지치기도 했습니다. 10년 이상 한 곳을 출입한 선배들 앞에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기에 불과하겠지만, 제게는 5년이 넘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기자 생활은 경찰청 이야기이기에, '사건'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쓸 수가 없더군요. 가슴 뛰며 취재하고 기사를 쓰던 저를 발견했던 시간입니다. 그렇게 이 글을 쓰며 저도 저의 기자 생활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새로운 출입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순 없습니다. 7월부터 정치와 행정 출입처를 배정받았습니다. 이제는 시청과 구청, 정치권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벌써 두 달이 지났네요. 사건 기사와는 너무나 다른 스타일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지만, 새롭게 배우며 일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성장하는 제 모습을 기대하며, 중고 신입의 마음으로 뛰고 있습니다. 아, 이쯤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저는 언제쯤 후배를 받을 수 있을까요?

-김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