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다들 보셨나요? 얼마 만에 몰아보셨나요? 저는 추석 연휴에 아들을 재우고 사흘 밤을 꼬박 몰아서 봤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새벽까지 보고도 남은 두 편을 더 보려다가 다음 날 출근이어서 궁금한 것 참느라 혼났네요.

‘오징어 게임’은 제가 넷플릭스에서 처음으로 본 드라마입니다. 아니다. OTT를 통틀어 처음 제대로 본 드라마네요. 그 동안 넷플릭스는 주로 아내가 드라마를 보고, 저는 아이가 보고 싶어 하는 만화를 틀어준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콘텐츠를 한 번 보기 시작하니 엄청 빠져들더군요. 사람들이 왜 OTT를 찾는지, 나아가 제 일터인 지상파 방송이 왜 위기인지도 조금은 느껴졌습니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1년 중 가을에 도서 판매량이 가장 적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날씨가 선선해지고, 단풍 구경이나 나들이처럼 바깥 활동이 늘어나면서 책 읽는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겠죠.

독서량이 줄어드는 건 가을 얘기만은 아닐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 우리나라 성인 한 사람이 1년에 읽는 종이책은 평균 6.1권이라고 합니다. 그나마도 2년 전인 2017년보다 2권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책을 읽기에 요즘 사회는 너무 친절한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OTT를 비롯해 현란하고 다양한 매체가 종이책 이상으로 우리의 오감을 자극합니다. 굳이 우리의 머리를 써서 상상하고, 분석할 필요가 없는 거죠.
‘책을 읽어야 하는데...’ 기자라면 이런 생각 누구나 하실 겁니다. 상식과 정보, 그리고 글쓰기를 업으로 삼았기에 의무적으로라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겁니다. 최근에 방송기자연합회가 방송기자 3백여 명에게 올해 책 몇 권이나 읽었는지 물었는데요. 52.1%가 5권 미만이라고 답했습니다.

저도 입사한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읽은 책은 10권도 안 됩니다. 회사에서는 매일 기계처럼 리포트를 찍어내고, 회사를 나서면 술 마시고, 운동하고, 해외축구나 프로야구를 볼 시간은 있었지만, 정작 책을 읽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1월 1일에 결심했습니다. ‘올해는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챙겨보고, 문화생활을 열심히 해야겠다!’ 10년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회사 다이어리에 올해 읽은 책 목록을 적고, 인상적인 글귀를 써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책도 읽고, 좋은 표현도 익히고, 악필도 고칠 겸 말이죠.
시작은 좋았습니다. 1월과 2월에만 무려 10권을 읽었거든요!!(와우!) 베스트셀러도 읽고, 경제 관련 도서도 읽고...주로 아이를 재우고 난 뒤에 밤에 방에서 책을 폈습니다. 약간 찬 공기에 라디오를 작게 틀고 책을 읽는 혼자만의 시간이 꽤 좋더라고요.(이래서 집 안에서 남자는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그런데, 3월에 제가 즐겨 하는 게임이 출시됐습니다. 그 이후 책을 한 글자도 읽지 않았습니다.

비록 꾸준히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책을 고르고 사는 재미를 알게 됐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는 것도, 인터넷 서점이나 SNS에서 추천하는 책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은 10% 할인을 해주고, 간혹 지역화폐 온통대전으로 동네서점에 가면 캐시백을 20% 줘서 그 혜택도 쏠쏠하게 이용했습니다. 비록 아직 손도 안 댄 책이 많지만요.

여러분은 올해 책 몇 권이나 읽으셨나요? 과도한 업무에 밀려서, 자극적인 미디어에 눈과 귀를 빼앗겨서 종이책과 어느새 멀어지지는 않으셨나요? 우리 회원 여러분도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러서 책 한 권 골라보는 건 어떠실까요? 우리가 쓰는 글은 날카롭지만, 우리가 읽는 글로 우리의 삶은 몽글몽글해질 테니까요.

* 이 글에 나오는 통계 자료 등은 ‘방송기자 9월~10월호’를 참고했습니다.

-이승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