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신문을 만든다며 나보다 날짜 감각이 없어도 되는 거야?”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핀잔을 들었다. 가장 신선한 정보를 매일 전달하는 신문사에 다니니 무엇보다 ‘오늘’에 민감하리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편집기자로 일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어느 때보다 뒤죽박죽한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나는 내일에 살고 있다. 내일 자 신문을 만들며 독자들이 한눈에 알기 쉽도록 내일 날짜를 ‘오늘’이라고 부른다. 실수로 오늘 개막한 행사의 제목을 ‘오늘’이라고 달아버린다면? 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친다. 아무것도 아닌 일 같아도 적응을 하는 데 애를 먹었고 지금도 늘 긴장된다.

편집기자로서 하는 일은 이처럼 익숙함을 버리고 낯선 감각을 익혀야 했다. 보기 좋게 기사와 사진을 배치한 뒤 제목과 부제를 단다. 심플하게 정리되는 과정 뒤에서 나는 매일 숨을 헐떡인다. 레이아웃조차 제대로 못 잡는 날이 있다. 고민해서 붙인 제목이 형편없고,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할 때가 부지기수다. 잘하고 싶은데 도저히 잘할 수 없을 때 마음이 무너져내린다. 내일이 두려웠다. 그런 날에는 나도 모르게 선배들에게 기대게 된다.

어리광만 부리는 후배인데도 선배들은 다정했다. 나의 불안을 이해하고 기꺼이 본인의 실수담까지 공유해주셨다. 선배(先輩)만이 해줄 수 있는 위로였다. 선배가 되면 후배에게 가장 필요한 말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걸까? 막막할 때마다 선배들에게 매번 빚을 진다.

선배는 나의 가장 가까운 미래이자 내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언젠가는 기가 막히는 편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그날이 오면 나도 후배들의 든든한 이정표가 되고 싶다. 그게 지금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유일한 일처럼 느껴진다. 아직 어렵고 힘들지만, 내일을 사는 나의 내일이, 또 내 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재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