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이' 기자를 시작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나를 부르는 새 별명이 생겼다. 수습 3개월 동안 그 과정에서 내 모습이 마치 우왕좌왕 어쩔 줄 모르는 목각인형 같다며 붙여준 것이다.

입사 초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처럼 정말 아무것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입사초 '근대 건축물'로 기사를 써오라는 미션을 받은 적 있다.

주제를 정한 뒤 전화취재를 해야 했는데 혹여 떨린 모습을 들킬까 걱정돼 미리 질문 대본을 만들었다.'안녕하세요. 중도일보 김지윤 기자입니다'라는 인사말로 취재를 시작했지만 너무 떨린 탓에 질문 '그.. 근대.. 근대건축물'이라고 말을 더듬으며, 목소리가 떨렸고 분명 상대방도 분명 눈치 챘을 것이다. 결국 말을 더듬은 채 취재가 끝났고 내 머릿속엔 ‘망했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선배가 통계자료를 주며 시간 안에 기사를 써보라 했는데, 자료를 읽는 내 눈은 저절로 감겼다. 하얀 건 종이요 검은건 글씨로다. 수많은 숫자가 나열돼 있고 처음 보는 경제 용어를 해석하는 데 시간을 다 써 기사는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선배는 '처음엔 그럴 수 있지'라며 시무룩해진 나를 달랬지만 그 창피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강렬했던 수습 기간이 끝나고 정식 기자가 됐지만 나는 '기름칠 한 뚝딱이' 수준이다.

아직도 취재를 가기 전엔 긴장하지만 그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는 방법을 알뿐이다. 여전히 미성숙하고 실수투성이의 목각인형이지만, 이 시간은 각진 부분을 갈고닦는 준비의 과정일 뿐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멋진 인형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 어떤 기자가 될지 모르는 아직 미완성 제품이지만 나는 잘해 낼 것이라며 나를 달랠 뿐이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