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활동 시절 에이스로 불리기도 했었다. 미대 진학을 포기하고 꿈이 없이 방황했을 당시 학보사 일이 힘들다는 말에 열심히 살아보고자 무작정 문을 두드렸다. 시작은 막연했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며 견문을 넓히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이 느꼈다. 열성을 다해 활동에 임했고 자연스레 '기자'가 되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그런데 막상 정식 기자가 된 후 난 어떤가. 매번 넋이 나가 있다.

수습 때고 내 이름으로 첫 기사가 나갔을 때 몇 분도 안 돼서 반응이 왔다. 무서웠다. 별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해서도 있지만 기사의 파급력을 새삼 실감했다. 섣불리 기사를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곧 무뎌졌다. 여러 사람에게 확인하고 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마감 시간을 못 지키는 일이 허다했다. 다음날 신문에 기사가 올라가지 못 했을 땐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었다. 지면에 내 기사가 실리는 것 자체가 뿌듯했고 운 좋게 1면에 실렸을 때는 짜릿했다. 지면 욕심은 점점 늘었고 기사를 내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다 내는 발제마다 기사화가 되지 못하는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사가 나오지 않는 날이 늘 때마다 속이 타들어갔고 마음이 조급해져갔다. 한계에 도달할 때쯤 부장님께서 "당장 한 꼭지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바름이 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생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난 왜 기자가 됐을까' 분명 좋은 기사로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다음 생각은 '난 언제 기자 일에 적응할 수 있을까'였다. 고민하던 중 오랜만에 학보사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일이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선배가 웃으면서 "바름아 넌 원래 초반엔 좀 멍청하잖아? 처음에는 때리고 싶을 정도로 못해서 나도 힘들었어"라고 말하더라. 그 말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돌이켜보니 학보사 일도 처음에는 1년 정도 헤맸었다. 지금은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어렵지만 훗날 이글을 보며 "그땐 그랬지"하며 미소 짓는 날이 분명 오겠지.
-정바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