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 - 김지현 기자
대학교 3학년 때 썼던 기사에 300개가 넘는 악플이 달렸다.
내 글에 분노한 익명의 사람들은 내 이름, 학교, 나이까지 찾아냈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기자를 꿈꾸던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던 시간이었다.
수습기자를 하고 있는 지금도 가끔 그때의 악플들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누군가의 분노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편견과 차별을 낳지는 않을까.
걱정들이 머리를 스친다.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때마다 회사 선배가 해준 말을 되뇐다.
“진실을 쓰면 된다. 진실을 쓰면 악플도 없다”
선배 말이 맞다.
사실 뒤에 숨어있는 거짓 없는 진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
그러니 기자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진실을 파헤치는 법을 익히기는커녕 매일을 하루살이처럼 버티고 있다.
오늘의 하루들이 모여 진실을 파헤치는 법을 깨우치길 바랄 뿐이다.
이 시간을 발판삼아 ‘악플을 달 수 없는 기사’를 쓰는 기자로 나아가고 싶다.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잃어버렸던 꿈 찾았으니 즐기자 - 노세연 기자
학창시절,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보이면 "대학생보다 잘 쓴다.", "글짓기 천재다." 같은 찬사가 쏟아졌다. 10대 초반의 나에게 그런 칭찬들은 사탕처럼 달콤하게 느껴졌고, 글쓰기가 내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라 믿게 됐다. 닥치는 대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다 보니 제법 글로 논리를 풀어나가는 것에 재주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기자'라는 직업을 인생의 목표로 정했다.
대학 입시 시기가 다가오자 언론정보학과를 지망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뒤엎고, 생물학과에 지원했다. 정해진 길을 걷지 않겠다며 철없이 저지른 반항이었다. 한 순간의 충동적인 선택으로 기자와 멀어졌고, 대학생활 내내 기자에 미련이 남았다.
대학 졸업 후 끝내 옛 꿈을 잊지 못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자에 도전했다. 하늘이 내 도전을 기특하게 여겼는지 지금의 회사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았다. 다시는 기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 좌절했던 나에게 기회가 찾아와 정말 기뻤다.
처음 기자 교육이 시작됐을 땐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기사작성방법을 배우는 1분 1초가 소중하게 느껴졌고, 예전의 꿈을 되찾았다는 생각에 벅차기도 했다.
하지만 수습기자 생활이 끝나가는 시점의 나는 어딘가 조금 조급해 보인다. 처음의 설렜던 감정은 사그라들고, 어떻게 하면 내가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해내지 못하면 쉽게 좌절한다. '유리멘탈'의 극치에 도달해 있는 듯하다.
그런 나에게 동기와 선배들은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즐겨”라고 말해준다. 걱정이 많은 내 성향을 정확히 파악한 조언이다. 즐기라는 말은 나를 집어삼킬 듯 불어닥친 '불안'을 쓸데없는 '시간낭비'로 바꿔준다.
아이템 선정이나 취재가 안돼 괴로우면 즐기라는 동료들의 응원을 떠올리며 다시 달려보려고 한다.
놓쳤던 꿈 찾았으니 이제는 즐기자.
이제는 알맹이를 채워야 할 때 - 윤경식 기자
"안녕하십니까 충청투데이 윤경식 기자입니다" 라는 인삿말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두근두근거리며 걸던 취재전화도 이제 긴장하지 않고 걸 수 있게 됐다.
지인들도 기자가 된 후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몸은 익숙해졌는데 생각은 아니야"라는 말을 하게 된다.
수습기자 생활을 3개월 가까이 하면서 몸은 기자생활에 익숙해졌지만, 머릿속은 아직 일반인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겉에 드러난 현상에서 깊이있는 접근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매일 내는 아이템을 보면 아직 일반인의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겉모습은 언론인의 모습이 갖춰지고 있지만, 기사작성·취재 등의 기자역량은 아직 걸음마 수준도 못되는 것 같다.
이제는 겉모습과 함께 알맹이를 채워야 할 때가 왔다.
지금까지는 선배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기사 한 꼭지도 나가지 못하는 신세지만, 이제 선배 도움없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야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혼자 기사를 써낼 생각을 하면 기분 좋은 긴장감과 함께 걱정이 밀려들어온다.
선배는 “아직 기사부담 가질 필요도 없고 너무 조급해할 필요도 없어”라는 말을 건넨다.
말하지도 않은 나의 걱정에 대한 조언을 건네는 선배를 보면 “기자의 촉은 날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 수습기자가 입사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때 후배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거절당할 용기를 갖춘 ‘깡’기자 - 강순익 기자
“단골로 겨우 버티지만 그들도 사정이 좋지 않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은 사업을 입찰하려해도 평균가는 꿈도 못 꾼다”
이 말 하나를 듣기 위해 오전 내내 인쇄거리를 돌아다녔다.
코로나19로 업계 상황이 악화되는 인쇄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찾아다녔지만 현장에는 시큰둥한 반응과 냉담한 거절 뿐이었다.
이 멘트에 힘입어 오후에 더 많은 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기사로 나갈 수 있게 됐다.
생전 처음 본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걸지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거나 찾아가도 문전박대 받기 일수였다.
연이은 거절과 문전박대 속 오전 막바지 사장님이 주신 멘트는 ‘메마른 땅에 단비’와도 같았다.
무수히 많은 거절 속에도 좌절하지 않고 답을 찾아가려는 자세가 만들어낸 소중한 결실이었다.
기자가 현장에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거절당할 용기임을 알게 됐다.
한때 막연하게 생생한 취재 현장에서 사회적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사회를 바꾸는 기자를 꿈꿨다.
하지만 온전한 현장의 목소리 하나 제대로 듣기 고사하고 담아내기 힘들었다.
순진해서 꿈꿀 수 있던 거창한 기자의 모습은 잠시 덮어두고자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알리고자 수많은 거절에 직면할 용기부터 키우고 싶다.
냉담한 반응과 거절에 주눅들지 않는 기자의 자세를 다듬을 것이다.
다사다난한 수습기자도 끝이 나고 있다.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거절이 맴돌 현장을 찾아가며 ‘깡다구’있는 ‘깡’기자로 거듭날 미숙한 발걸음을 내딛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