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여야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협의체를 가동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법안 처리는 일단 무산됐고 국회는 별도의 특위를 구성해 언론중재법을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 제도 전반에 관한 논의를 연말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언론중재법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황.

해당법안을 놓고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 관련 단체 등까지 나서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언론중재법에 대해 누군가는 말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은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열망 때문에 시작됐다”고. 이와 관련해 필자의 견해를 말하자면 “이 법은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 개정안의 취지인 ‘가짜뉴스를 배척하자’는 것에 대해선 매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마치 언론을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선 보복·반복적으로 허위보도를 할 경우 고의·중과실이 될수 있다고 추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내용은 기자들이 위축될 수 밖에 없도록 압박을 가하는 형태로 느껴진다.
언론에는 수사권이 없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의혹 보도를 하지 말라는 것인가.
언론중재법이 통과됐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그동안 주요 현안에 대해 꾸준한 보도를 이어가는 연속보도, 신문의 속보 등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 언론은 소송을 피하기 위해 권력과 자본을 고발하는 의혹보도를 지양할 것이 뻔하다.
정치인들이나 고위공직자들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고 그들의 말만 보도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번 개정안에는 고위공직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힘 있는 이들은 법을 악용해 언제든 보복성 압박을 가할 수 있다.

기자도 인간이다. 언론사와 기자들이 위축되면 보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법안에 반대하는 언론에서도 다른 대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는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에 반대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이 의도하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서 더 나은 대안이 무엇인지 해법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다만 개정안을 기습으로 상정한데 이어, 밀어붙이기식으로 처리를 하는 행태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은 것 같다.
글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궁금했던 부분이 있다.
한 마디만 하자면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 누굴 위한 재갈인가?, 무엇이 급해서 법안을 서둘러 처리하려 했나?”

-이정훈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