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에 몸을 싣습니다. 근처 섬에 들어가기 위해섭니다. 바닷바람이 선선히 불어옵니다. 코에는 살짝 비릿한 짠 내가 들어옵니다. 배를 따라 나다니는 새를 바라봅니다.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집니다. 제 마음도 평온할 법 합니다. 하지만 자꾸 심장이 나댑니다. 현장은 어떨까. 사진으로 본 것만큼 그림이 될까. 기사 와꾸는, 싱크는, 스탠딩은? 걱정 반 기대 반. 15분의 짧은 항해 머릿속은 온갖 상념들로 가득합니다.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어깨를 짓이기는 것만 같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뱃머리가 섬 선착장에 다다릅니다. 포구에 발을 내딛습니다. 순간, 나대던 심장에서 엔돌핀이 샘솟습니다. 긴장보단 즐거운 마음이 듭니다. 취재현장을 누벼야 알 수 있는 느낌, 바로 이 느낌입니다. 이 느낌 때문에 TJB로 돌아왔습니다.

전엔 평온한 삶을 살았습니다. 가만히 앉아 브리핑을 듣고 기사로 가공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잔잔하고 안정된 일상이 계속됐습니다. 그렇게 1년이 가고 2년이 갔습니다. 안정은 매너리즘으로 빠졌습니다. 충만했던 의욕이 점점 떨어져갔습니다. 정년까지 같은 패턴을 반복해서 살 생각하니 아득했습니다. 그때 기회가 왔습니다.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TJB 경력기자로 대전에 돌아왔습니다. 현장을 돌고 취재원 사이의 입씨름을 집중해 듣습니다. 마이크를 잡습니다. 돌아가선 기사를 정리해야 합니다. 다음 아이템을 구상해야 합니다. 다섯 달이 훌쩍 지난 지금, 제 일상은 전에 비해 무척 바빠졌습니다. 비판의 날을 세우다 보니 잔 스트레스도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나대는 심장이 보람을 가져다줍니다. 고생한다는 인정이, 피어나는 팀워크가 스트레스를 상쇄합니다. 일이 재밌습니다. 회사가 좋습니다. 심장이 지금처럼 계속 나댔으면 좋겠습니다.
 -이수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