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제 막 수습 딱지를 뗐을 때의 일이다. 르포 한 꼭지를 작성하기 위해 지역 인력사무소를 찾았다. 호기로웠던 것도 잠시, 막상 도착하니 주눅이 들었다. ‘얼어붙은 지역 인력시장’을 취재하러 왔건만 정작 얼어붙은 건 나였다.

사무소 관계자가 그런 날 향해 손짓했다. 무슨 일로 왔냐는 물음에 현장 취재차 방문했다고 답했다. 눈을 가늘게 뜨던 그는 이내 허공을 향해 입 구(口)자를 그려보았다. “그니까 딱 이만큼 채우려고 오신 거네요.”

그 후 시간이 꽤 흘렀지만 종종 그때가 생각난다. 허공을 가르던 손가락과, ‘이 정도 사이즈’면 되겠냐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짓던 얼굴까지. 당장 ‘이만큼’ 지면을 채우기 급급해서 온 게 아니냐는 물음엔 아직도 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기자는 입 구자 밖의 세상까지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최대한 많은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한 선배의 조언이 떠오른다.

좋은 기사는 결국 현장으로부터 나온다. 보다 열린 공간에서 더욱 입체적인 기사를 작성할 것이다. 혼자만의 닫힌 공간에서 쓴 평면적인 기사는 '이만큼' 짜리 글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야 기나긴 물음에 답을 찾은 것 같다.

-김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