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修習). 평생 궁금해 본 적 없던 단어 뜻을 찾아보니 한자로는 이러하다. 닦을 수(修), 익힐 습(習) 즉 갈고 닦는 익힘의 과정이라는데, 이 뜻대로면 아직도 내 앞가림 하나 수습이 안 돼 쩔쩔매는 중이다. 그런데도 내 명함에는 '수습'이라는 단어가 닦아 없어진 상황.

"기자만큼 1인분의 몫이 정확한 직업도 없을 것"이라는, 언젠가 선배가 한 말을 되새기면 지금도 찔림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1인분의 양을 소화하기도 버거운 이유에서다.

처음 입사했을 당시, 나의 행동거지와 말투는 갓 대학 졸업한 티를 팍팍 내던 풋내기에 머릿속과 표정엔 꽃 같은 로망들로 가득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꽃보다는 열매의 득실을 취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버겁고, 이에 꽃잎 한 장 한 장 벗겨가며 이 과도기의 길을 간신히 수습(收拾)하고 있었다.

무화과에는 꽃이 없다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열매 안에 꽃이 숨어있다고 한다. 열매처럼 보이지만 꽃이다. 열매의 세계에서 꽃은 더이상 없는 걸까, 물음표를 던지며 과도기를 걷던 나는 열매 안에 꽃을 품고 1인분의 몫을 위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수습(修習)'의 길을 나섰다.

-백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