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알람이 울립니다.
아기가 깰까봐 얼른 알람을 끕니다.
침대에서 곤히 자는 남편과 아기를 바라봅니다.
살금살금 옷을 입고 간단히 요기하고, 출근 준비를 마친 뒤 남편을 살살 깨웁니다.
우리는 "다녀올게", "잘 다녀와" 눈인사를 나눕니다.
엄마라는 역할에 적응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제게 워킹맘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습니다.
이 무거운 짐을 남편이 함께 지어주기로 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길에 나섭니다.
남편은 제가 복직한 3월부터 1년 육아 휴직에 들어갔습니다.
남편의 직장은 육아휴직이 3년까지 가능한 데다 아빠 육아 휴직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라 남편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흔쾌히 결정했습니다.
아직은 불안한 코로나 시국에 더더욱 감사한 일입니다.
그래도 퇴근 시간이 되면 마음이 바빠집니다.
종일 아기와 씨름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육아 휴직은 진정한 휴직이 아니라 사실은 육아 이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딸은 14개월에 접어들더니 자기주장과 고집이 생겨 돌보기가 꽤 까다로워졌습니다.
남편이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는 사진 속 아기는 밥을 먹다 말고 땡깡을 부리기도 하고, 서랍장 속 물건을 꺼내 어질러 놓기도 합니다.
사진 너머로 진땀을 빼고 있을 남편의 모습이, 딸을 돌보며 애쓰던 제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퇴근 후 제가 집에 왔는데도 딸이 한동안 아빠에게 안겨 있을 때가 있습니다.
아빠 껌딱지가 된 딸에게 말로는 "서운하다"고 하지만 잠깐의 자유에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이 해방감을 남편에게 애써 숨기려 하지만 금방 들키고 맙니다.
남편은 살짝 토라진 투로 제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합니다.
육아의 고단함을 잘 알기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나 봅니다.
앞으로 남은 10개월, 우리 부부가 서로서로 더 이해할 수 있기를 우리 딸에게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