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옮기기 전까지만 해도 난 지금 회사 후배인 김정남 기자가 왜 종종 점심시간이 돼도 밥을 먹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김 기자와 경찰 기자를 함께 한 선후배들은 잘 알 것이다.
더러 다른 회사 선후배들이 밥을 먹지 못하고 일을 하는 경우를 봐왔지만, 김 기자는 그 빈도가 유독 더 심했다.

지금 그 입장이 돼버린 나로서는 김 기자가 그 당시 왜 종종 점심때를 그냥 지나쳤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난 그 이유를 선배들이 말하는 소위 일머리가 없는 나의 모자람으로 치부해버리려고도 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를 노컷뉴스와 CBS가 함께 있고 경어체와 평어체가 함께 하기 때문으로 미뤄버리려 한다. 신문과 방송에 계시는 여러 선후배들이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회사를 옮기면서 새롭게 생긴 고충 중에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으나 당시 난 심각했다. 방송국과 신문사에 함께 근무하는 느낌이었으니까.
경찰의 주요 브리핑이 있을 때의 시간은 보통 오전 10시 30분. 뭐 그래 좋다. 브리핑 30분 깔끔하게 듣고 노컷뉴스 송고하고 방송기사 쓰면 되니까. CBS 낮 종합 지역 뉴스시간은 11시 40분쯤. 노컷뉴스보단 시간이 정해진 방송이 급하니까 방송부터 쓰자.

하지만 브리핑을 듣고 난 뒤 혹은 들으면서 방송을 쓰고 노컷뉴스를 쓰면 분명 기사가 늦을 건 뻔하다.
'속보'의 의미를 분명 빠를 속이 아닌 연속의 속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빠를 속이 돼버린 현실은 목을 조여오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면 노컷뉴스와 방송을 한꺼번에 쓰는 스킬이 나오게 된다.
브리핑 시작 또는 전에 자료를 토대로 노컷뉴스나 방송기사를 써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도 그다지 좋은 것 같진 않다. 취재가 바탕이 되지 않은 자료기사가 돼버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따로 취재를 보충해서 이미 써놨던 기사에 끼워 넣거나 수정하는 일은 귀찮거나 혹은 바빠서 안하게 되는 것으로 변질되는 것이 태반이다. 브리핑에 들어가면 녹음기를 들고 이리 틀고 저리 틀고 하는 것도 일인데 간혹 사진기자와 카메라기자들의 취재를 본의 아니게 방해하기도 한다. 참 죄송한 일이다.
 

브리핑 상황을 예를 들어 얘기했지만, 노컷뉴스와 CBS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상황은 하루에도 몇 번 씩 찾아온다. 중요한 기사일수록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간혹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성격상 손에 잡히는 것부터 일단 하기는 하지만, 둘 중 하나가 늦어질 때면 회사 뉴스룸에서 선배의 쪽지가 여지없이 날라 온다.
 

같이 근무하는 선배들은 이런 고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경어체와 평어체 중 하나만 쓰는 타 회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송기사에 '~이다'라는 평어체를 쓰고 노컷기사에 '~입니다'라는 경어체를 써버린 채 기사를 송고해버리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어이없는 상황이 간혹 나오기도 한다.

모든 문장을 똑같이 쓰고 어미만 바꿀 수도 없다. 방송기사를 많이 써보지 않은 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CBS와 노컷뉴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일은 아마도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간혹 같은 일이라도 두 배의 일을 한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고민도 계속되지만, 뭐 그래도 할만은 하다. 재미없지는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