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0일. 충청투데이 37기 수습기자로 입사한 날이다. 그쯤을 뭇사람들은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났던 시작점으로 기억할 것이다.

맞다. 첫 사회생활이자 기자 생활의 초입을 코로나와 함께 출발하고야 말았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드디어 세상으로 첫 발을 뗐건만, 멋모르는 수습기자에게 넘어야 할 산은 회사와 직무에 대한 ‘적응’ 뿐이 아니었다. 유례없는 코로나 사태는 편집국마저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다. 빠르게 확산되는 코로나로 공포에 휩싸인 도시는 걸음의 속도를 줄였다. 지역 사회 전파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도 커져 갔다. 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비대면 수업에 돌입했다. 충청투데이도 20년 동안 개최해 온 ‘3·1절 자전거 대행진’을 잠정 연기했다.

3개월 수습기간 내내 코로나 관련 현장 취재에 자주 투입됐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난 후, 약국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자, 행렬에 합류해 영상으로 분위기를 담았다. 어느 주말엔 어렵게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기숙사 앞에서 ‘뻗치기’를 하기도 했다. 하필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5개 구로 각각 흩어져 있는 동기들과 전화로 안부를 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가운데 날마다 기삿거리를 찾아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코로나 상황 이전에 선배들이 썼던 기사들은 참고할 수 있는 교보재가 되지 못했다. 현장에 가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기사의 소재를 얻을 수 있었다. 매일 처음 겪는 하루 속에서 병아리 수습기자는 각종 교육과 동시에 코로나도 배워야 했다는 뜻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수습기자 딱지를 벗게 됐다. 첫 출입처는 문화·복지·체육이었다.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같았다. 코로나 전파 우려로 출입처에서 방문을 꺼리는 데다가 대면 취재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경력 있는 선배들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였겠지만, 취재원은 커녕 노하우(혹은 꼼수)조차 없는 신입에겐 유달리 벽이 높았던 것.

그렇게 숨 가쁜 하루를 보내던 중 취재차 한 지역 영화감독을 만났다. 평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감독은 내게 별칭을 하나 선물했다. 바로 ‘코로나 기자’다. 코로나와 함께 회사에 입사했다고 하니 붙여준 별칭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기자로서도 꼭 살아남으라는 의미였다. 생각할수록 참 그럴듯한 지향점이지 않은가? 그 이후로 내 목표는 생존이 됐다. 전에 없던 취재 방식과 환경에도 점점 적응해갔다. 취재원을 대면하지 못하더라도, 유선, 서면 인터뷰 등으로 취재의 빈틈을 채웠다. 코로나 시국에 각종 간담회나 행사는 일체 열리지 않으니 직접 수소문해 현장의 사람들을 만났다. 코로나가 불러온 비대면 부흥기에 나와 같은 코로나 기자들은 똘똘 뭉쳐 돌파구를 찾았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전국 언론사 신입 기자들이 모여 정보 교류를 하는 장이 생겨난 것이다. 일부 선배들은 발로 뛰며 취재원을 만나지 않는다고 고까운 말을 던지기도 했지만, 나는 코로나 기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우리만의 방식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지긋지긋했던 코로나도 굿바이 하는 날이 왔다. 코로나 기자라는 별칭도 보내줄 때다. 코로나에서 살아남았으니, 이제는 기자로서 생존만이 남았다. 그동안 첫걸음마를 했던 문화·복지·체육 출입처를 떠나 기자의 꽃이라고 불리는 사건기자로 다양한 현장을 돌았다. 어느덧 3년 차가 된 지금은 경제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간다 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 역시 있었다. 특종을 쫓더라도 누군가의 밥 숟가락은 놓게 하지 말 것. 외압에 흔들리지 않으며, 부조리의 아킬레스 건을 찌를 수 있는 취재를 할 것.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쓸 것. 세월이 흘러도 빛이 바라지 않는 신념은 모두 선배들의 가르침이었다.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난 2년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고된 시절이었다. 나조차도 “코로나 끝나면…”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막내에서 벗어나 후배들이 생기는 동안, 회사 전체 회식은 거의 성사되지 못했다. 살아남는 데에 급해 지역 선후배와 더 많은 정을 쌓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오는 10월이면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주최 체육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사 이래 처음으로 단합 자리에 참석하게 될 예정이다. 힘들었던 코로나 터널을 지나, 선후배 할 거 없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 온다니 벅차다.

지금까지 코로나 기자의 생존기였다.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계속될 것이다. 분명 어려운 순간은 또 찾아올 테다. 코로나를 이겨낸 훈장을 가슴에 품고, 계속해서 현장에 남고 싶다. 묵묵히 쓰고 싶다. 2020년 2월 10일, 입사 첫날 “발로 뛰며 취재하고 엉덩이로 기사 쓰는 기자가 되겠다”고 편집국에서 나를 소개한 것처럼. 그렇게 서유빈 기자로 살아남고 싶다.
- 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