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함, 긴장, 부담, 그리고 설렘. 한국 첫 달 궤도선 다누리 풀기자로 미국에 머물면서 내가 느낀 감정들은 이랬다.

현지 취재를 맡은 난 인천공항에서 약 18시간 항행하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뒤에도 곤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역사의 한순간을 취재한다는 설렘에 벅차오르면서도, 발사가 연기되면 어쩌나 매 순간 걱정이 들었다. 코로나에 걸릴까 봐 초조하기도 했다. 다누리 '첫 발사'라는 설렘과 함께 해외 '첫 취재'라는 오묘한 떨림이 맞물리면서 생애 첫 미국행을 즐길 여력도 없었다.

발사 24시간 전에는 풀기자단 중 유일하게 스페이스X에서 출입 승인 메일이 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발사장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물 한모금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발사 6시간 전 우여곡절 끝에 다누리가 대기 중인 40번 발사장에 도착했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하늘, 평온하게 뚫린 평지 사이로 다누리를 탑재한 팰컨9이 우뚝 서 있었다. '대한민국 달 궤도선'이라고 적힌 발사체 2단도 보였다. 먼 이국땅에서 처음 본 대한민국이었다.

발사 1시간여 전, 발사대에서 약 4㎞ 떨어진 관람 장소에 도착했다. 뜨거운 태양볕 아래 붉은 개미들이 득실대는 잔디 위에서 발사 순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주변에는 사전에 허가받은 수많은 현지 언론인들과 유튜버,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보였다. 철저한 통제 하에 발사됐던 누리호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그렇게 찾아온 오후 7시8분. 산화제가 점화되면서 발사체 주변으로 구름 같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다누리는 우주개발의 꿈을 한껏 내뿜듯 웅장하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긴장감이 감돌았던 내 여정이 온전히 설렘으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다누리 발사는 수많은 연구진들의 땀과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정 내내 '짠내'나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취재단의 노고는 그들에 비하면 비교할 대상도 못 됐다. 다누리는 현재 지구에서 약 150여 만㎞ 떨어진 곳에서 달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세상에 당연한 성공은 없다. 결과가 어떻더라도, 달 탐사 임무를 무사히 마칠 때까지 기자를 넘어 한 국민으로서 다누리 주역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낸다.

대전일보 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