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이즘(Capaism).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자 정신을 의미하는 말로 종군기자이자 20세기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는 로버트 카파의 이름에서 따왔다.

어린 시절 나는 세계 2차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전장 속의 군인을 찍은 로버트 카파의 사진을 봤다. 35mm 흑백 필름 속 긴박한 상황의 사진을 보고 나는 역사의 한순간을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나는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기자(記者)라는 길을 접어섰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대학 방송국에서 카메라와 기계만 다루던 내가 글로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루 종일 쩔쩔매며 쓴 1000자 내외의 기사는 허점투성이였으며, 선배들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보여주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럴 때마다 꿈을 키우던 과거의 나에게 미안했고, 이런 수준밖에 안 되는 현재의 내가 한심해 보였다.

그럼에도 나는 바닥보단 앞을 바라보기로 했다. 미래의 내가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은 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아서다" 로버트 카파가 남긴 명언이다. 비록 나는 글을 쓰는 취재기자지만, 실체에 충분히 다가가서 취재하도록 노력하겠다. 역사의 한순간을 기록하겠다는 포부 그대로, '카파이즘' 정신의 기자가 되도록 다짐하겠다.

대전일보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