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월요일, 주말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아 피곤함 가득한 여타 월요일과 같은 날이었다. 불 꺼진 사무실에 가장 먼저 출근해 이제는 익숙해진 업무 전 일들을 처리하던 중, 갑자기 사무실이 소란스러워졌다. 어디선가 들린 “현대 아울렛 불났대!” 말과 동시에 선배 기자들의 전화기가 앞다투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속보를 찾아보며 현황을 파악하던 나는 “영일이 카메라 들고 따라와!”라는 말에 정신을 번쩍 뜰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카메라의 사용법을 배우고 도착한 그곳은, 시민들의 웃음이 가득한 곳이 아니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까만 연기가 하늘을 메우며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가득했다. 한눈에 봐도 큰 피해가 예상되는 화재였다. 선배 기자의 손에 이끌려 현장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영상은 마구 흔들리고 구도도 이상해, 혼날 것이 뻔해 보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의 잘못에 혼을 내지 않았다. 나 또한 내가 촬영한 영상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사고 현장에 달려가며 제발 인명피해만은 없길 바랐던 마음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에서 화재 관련 속보를 무수히 쏟아냈지만, 내 신경은 온통 사상자 8명에게 쏠려있을 뿐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처음 현장취재를 나가 우왕좌왕하던 나에게, 당시 교육 담당 선배는 “괜찮아, 익숙해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네가 알아서 할 거야”라고 말했다. 선배 기자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해진 것일까? 아니면 우울한 마음을 인내하는 것일까? 햇병아리 수습기자는 이런 상황에 언제쯤이면 익숙해질 수 있을까 싶다. 아무래도 난 익숙함보단, 참는 기자가 될 것 같다.

김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