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하면 느릿느릿한 움직임에 그 녀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달팽이를 이를테면 게으르거나 행동이 재빠르지 못한 이미지로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녀석의 깊은 내면은 다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나는 ‘달팽이’처럼 다소 천천히 삶의 페달을 밟아온 것 같다.
달팽이의 ‘껍질’처럼 무거운 상념을 짊어지고, 갖가지 고민들을 하며 오랜 시간 스스로에게 답을 묻고 있었다.

그 물음은 나의 진로에 관한 것도 있었고, 또 희미한 안개처럼 잘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외침은 적막한 메아리처럼 나에게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다만 확실했던 것, 내게는 ‘꿈‘이 있었다.
그것은 사회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힘이 돼 주리라는 다짐이었다.
지난 삶을 돌아보면 행복했던 기억들도 가득하지만, 이와 극명한 어두운 이면들도 많이 접했던 게 사실이다.
학창 시절에 집안에 말 못할 환경으로 고통 받던 학우, 2년여 동안 종합사회복지관에 자원봉사 다녔을 때 같이 지냈던 발달장애 아동들의 고충들.

이 밖에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내 손으로 고쳐나가고 싶은 열정이 있었다.
그 일련의 사건과 사회적 이슈들을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기자’가 돼 기사를 통해 직접 문제를 꼬집고,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 깊은 여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학부생 때부터 많은 이들에게 좀 더 나은 사회를 제시할 수 있는 기자가 되기 위해 열정을 품고 준비했다.
그때부터 나는 더 이상 무거운 ‘껍질’에 짓눌리지 않게 됐다.
그동안의 방황을 벗어던지고 나는 뜨거운 가슴으로 기자가 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하루가 아닌 ‘내일모레’
충청투데이는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였고, 운 좋게도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이다.
그 무엇보다 충청투데이를 가고 싶었던 건 선배들의 ‘열정’이었다.
사실 우리 회사 선배들은 ‘오늘하루’를 사는 것 같지 않고, ‘내일모레’를 살고 있다고 느낀다.
다들 늘 오늘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고 사회에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수습교육 기간 중 교육, 행정, 사건, 경제, 문화, 정치 등 여러 출입처를 선배들과 다니다 보면 어느 선배 할 것 없이 모두들 기자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한 건의 ‘기사’를 쓰더라도 진심어린 선배들의 태도와 따뜻한 조언은 나에게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가치를 더욱 빛나게 일깨워 줬다.
지난 7월 25일에 충청투데이에 입사해 벌써 10월 4일에 접어들었다.
회사 내부 교육을 거치고, 선배들을 따라 나가서 외부의 여러 출입처들을 돌며 인사도 다녔다.
그리고 지난 2주 동안은 서울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제 332기 수습기자 교육’을 수료하고 오늘 회사로 복귀했다.
수습기자교육 구성원은 다른 지역에서 온 타사 수습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인지라 내심 기대 반, 걱정 반의 감정이 스쳤다.
내가 이 자리에서 만큼은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기에 행여나 실수를 하지 않을지 긴장하면서 조금은 긴장도 했다.
게다가 타사 기자들과 그동안 이렇게 장시간 함께 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에 혹시 텃세나 서로간의 신경전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물론 우려와는 전혀 다르게 너무도 좋은 동기들과 끈끈한 시간을 보냈던 2주가 됐던 것 같다.
2주 동안 기사쓰기 실전 교육, 보도 윤리 교육, 현장 체험 학습 등 유익한 교육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값진 건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사실 회사에 취재 기자 동기가 없어 아쉬웠는데 2주 동안 너무도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들고 왔다.
비록 지역도 제각기 다르고, 각자의 일이 바쁘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332기 수습기자 교육 동기들은 여전히 깊은 우정으로 멀리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마음 가짐 바꾸기
돌이켜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너무도 빨리 흐르는 시간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다,
열정만으로 만회하기에는 아직은 서툰 점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은데 시간은 나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 것 같다.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기사를 낸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참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날은 예상치 못한 취재의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고, 발제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으면 잠 못 이루는 날도 많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의 업을 지겹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순간들은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본다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민들에게 알려줄 내일의 아이템을 고민하는 과정을 마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내일 아침 소식을 전해주는 부모님의 마음’처럼 설레는 자세로 잠 못 이룬다면 그 밤이 조금은 덜 피곤하지는 않을까.
그렇게 발로 뛰며 얻어낼 결과물에 대해 훗날 돌아봤을 때도 나 자신의 발자취가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고 싶다.

장심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