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이든, 꺾이지 않든 그냥 하는 마음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

선배의 날씨 기사 동행 취재를 하며 본 대청호 벚꽃축제의 홍보 문구였다. 이상기후로 벚꽃이 빨리 펴 이미 벚꽃이 다 진 시기에 축제를 할 수밖에 없어, 축제를 주관하는 대전 동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쾌한 문구로 홍보를 진행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유행하게 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한 번 더 뒤틀어 만든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는 홍보 문구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온라인상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건, 사고 확인을 하던 중 보령에서 산불이 났다는 정보를 얻었다. 소방에 연락해 신고 시각과 완진 등 내용을 물어보다 영상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해당 지자체의 CCTV 통합관제센터에 연락해 보라는 답이 왔다. 곧바로 지자체에 전화해 화재 장소 인근 CCTV 영상 유무를 물어봤는데, 고속도로 CCTV에 잡힌 거라 한국도로공사 쪽에 문의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도로공사 측에 전화해서 관할 지역 본부까지 연락해봤지만, 영상 제공 등 언론 대응을 맡고 있는 홍보 담당자가 이미 퇴근해 영상을 받으려면 다음날은 주말이니 다음 주 월요일은 돼야 한다고 했다.

나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이 내용을 보고했는데, 담당자가 없어 영상을 받을 수 없으면 끝나는 거냐며 방금 통화한 담당자한테라도 다시 한번 부탁을 해보라고 했다.

한 차례 꺾인 나는 도로공사 측 관계자에 다시 전화를 걸어 애걸하다시피 영상을 부탁했고, 그 이야기를 전달받은 홍보 담당자는 퇴근길에 차를 돌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영상을 내게 건네줬다. 해당 영상은 얼마 있지 않아 산불 관련 리포트의 첫 시작 부분 그림으로 들어갔다.

안 된다고 했다가 끈질기게 부탁하고 이야기하니 결국 영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게 신기하기도 했고, 영상 받느라고 고생했고 잘했다는 선배의 칭찬이 머쓱하기도 했다. 선배는 그러면서 상대방이 안 된다고 해도 다시 한번 얘기해 보고,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을 해줬다. 영상을 못 받는 경우가 많겠지만, 또 이렇게 예기치 않게 더 시도했다 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제껏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생각해 포기하지 않고 방송기자를 준비했고, 대전MBC 공채에만 3번을 도전한 끝에 입사하게 됐다. 이전에 몸담았던 농업 전문지에선 농민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주 취재원인 농민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섭외나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꺾여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수습 기간 중인 지금 이 순간도 소방이나 경찰 등 취재원들은 내가 하는 질문들을 귀찮아하며 거절하기도 하고, 또 가차 없이 전화를 끊기도 한다. 하지만 꺾이든 꺾이지 않든 그냥 다시 의연한 태도로 취재했을 때 새로운 사실이 나온다는 것을 몸소 배웠다.

"중요한 건 꺾이든, 꺾이지 않든 그냥 의연한 자세로 취재하는 마음"

이 마음가짐으로 대전MBC에서의 기자 생활, 힘차게 시작하겠다.

-대전MBC 보도국 수습기자 김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