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복직 신고합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개월이었습니다.
저는 지난해 9월 연합뉴스 대전충남본부 남자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휴직 전에는 많은 계획이 있었습니다.
아이 유치원을 보낸 뒤 우아하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신문을 보고, 수영을 다녀와서는 음악학원에 다니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은 대단히 크더군요.
육아휴직 첫날인 2022년 9월 1일, 출근 때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 뒤 바쁜 아내 출근 준비를 돕는 제 모습을 하루 만에 발견했습니다.
7살 딸과의 전쟁 같은 하루는 매일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이를 깨워 억지로 밥을 먹이면 벌써 등원 시간이 빠듯하게 다가왔습니다.
유치원복을 입힌 뒤 씻기고 나면 늘 딸에게 "늦었어. 달려"라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렇게 등원을 마치면 게임처럼 다음 스테이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와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이라는 악당을 물리치면 어느덧 하원 시간이 돌아오더군요.
다시 딸아이를 태권도와 미술 학원에 맡긴 뒤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면 해가 져 버리는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가끔은 빨리 달리는 시계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힘들었는지 하루는 목디스크가 터져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빈틈을 찾아 골프연습장을 다니고 자전거도 틈틈이 타며 저만의 행복을 찾았습니다.
요리 유튜버의 레시피를 참고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아내와 딸의 모습을 보면 흐뭇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 '완벽한 하루'를 칭찬하며 웃음 짓는 날도 점점 늘었습니다.
심지어 인생 39년 만에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며 '전업주부'의 꿈까지 키우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내에게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순식간에 꿈처럼 지나갔습니다.
정신을 차린 뒤 눈을 떠보니 낯선 대전시청 기자실에 앉아있네요.
하지만 육아휴직은 제 가족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습니다.
딸과 3주간 단둘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전국을 다니며 돈으로 살 수 없는 추억을 많이 쌓았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다투면서도 다시 화해하고 웃으며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해 육아휴직 신청 과정에서 본부 선배들께 민폐를 끼쳤습니다.
모든 본부원에게 미리 연락해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죄송한 마음이 앞서 차마 전화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본부원 덕분에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빈자리가 느낄 수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끔 육아휴직 신청을 두고 고민 중인 후배들의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동안 경험이 없었기에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젠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개월 말고 꼭 1년 꽉 채워서 쓰세요!"
 

-김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