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어쩌다 보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길어지는 코로나19에 수년 째 꿈꾸던 일을 잠시 내려놓게 된 것도, 매일 클릭하던 인터넷 뉴스에서 유난히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읽게 된 것도, 내가 써도 이것보단 잘 쓰겠단 생각이 들던 중 어느 한 신문사의 채용 공고를 보게 된 것도. 굳이 설명하자면 우연에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걷게 된 기자의 길에서 과분하게 너무 훌륭한 스승들을 만난 것도 큰 행운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언론이란 무엇인지, 기자란 무엇인지를 배우면서 내가 그동안 추구했던 가치와는 또 다른 가치가 있다는 점과 이제까지 바라보던 세상과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그 과정 속 느낀 재미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 계속 기자를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저 재미를 말하는 나를, 어머니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계시지만 적어도 현실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수많은 일과 직업들에 비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더 재미있는 일이란 것에는 확신을 두고 있다.
가만히 떠올려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행위 중 가장 싫어하던 일인 글쓰기를 매일 하고 있는 나를, 앞만 보며 살아가던 내가 주변을 둘러봐야할 직업을 갖게 된 나를, 불과 3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일이어서다. 다시금 우연이 가진 힘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우연이란 단어를 가볍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우연을 가장한 인연을, 인연이 가져올 필연을 믿는 사람이다. 어쩌다 보니 걷기 시작한 이 길이 나에게 어떤 미래를 선사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걷는 그 순간만큼은 진심을 다해 걸어볼 생각이다.

심효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