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시(漢詩)에는 '효빈'이란 말이 있다. 한자로 效矉은 '찡그림을 본받다'라는 뜻으로, 춘추시대 월(越)의 미인 서시(西施)가 속병이 있어 얼굴을 찡그리니 아름다워 이웃집 추녀 동시(東施)가 그를 따라 했더니 모두 도망갔더라는 이야기의 사자성어 동시효빈(東施效矉)에 쓰인 단어다.
'효빈'이란 단어를 요즘 말로 표현하면 '표절'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1년 가까이 언론사의 영상 기자로 근무하면서 타인의 것을 그대로 또는 비슷하게 베낀 영상이나 기사 등의 저작물을 접할 때가 있다.
'베낀 게 아니라 벤치마킹'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벤치마킹'은 무조건 베끼는 것이 아니라 원본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나에게 필요한 전략과 방법, 교훈 등을 배우고 얻는 것이다.
표절이 아닌 발로 뛴 취재는 조회수로 각광받는다. 진정어린 마음을 담아 동영상을 제작하면 보는이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또 계속되는 생각의 연결 고리로 인해 미약하지만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두어 달 전 취재 도중 타사 기자의 기사 중 일부 내용을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 해당 기자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혹여 그 기자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어쩌나 약간의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해당 기자에게서 '기사를 발췌해줘서 고맙다'는 답변과 기사관련 자료까지 포함된 정성스런 메일을 받게 됐다. 이 경험에서 나는 해당 기자에게 감사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들 사이에도 이런 '매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자의 생명인 뉴스를 보도함에 있어 무작정 베끼기나 적당히 '우라까이'(신문·방송 현장 일본말 속어. 다른 신문사의 기사 일부를 조금 바꾸거나 조합해 새로운 자기 기사처럼 내는 행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에 '예의'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 자리를 빌려 조심스레 적는다. 선배님 기사 내용이 좋아 일부 인용해도 괜찮을까요?
윤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