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걸려 온 학보사 선배의 전화 한 통에 편집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필자는 영화를 전공했기에 기자를 꿈꾸기보다는 다른 쪽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날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대학 학보사 시절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했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기자의 꿈’을 다시 꾸게 했다. 전화로 많은 말을 나눴겠지만, 돌아보니 그 전화 한 통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만도 같다. “다영아, 팀장님이 전화하고 싶다는데 바꿔줘도 돼?”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나와 전화를 하고 싶어 한다니...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참 친절하고 즐거운 대화를 마쳤다. 사실 별 내용은 없었지만, 그 3분도 안 되는 즐거운 대화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고, 그렇게 나는 기자가 될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통화를 했던 그 팀장님은 곧 나의 팀장님이 되었고, 선배는 학보사에 이어 직장 선배가 되었다. 그리고 잠시의 통화가 즐거웠던 이유는 부서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출근 첫날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선배들 덕분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만큼이나 선배들도 어색할 텐데 새로운 사람을 마주하고도 선뜻 말을 건네고 간식을 나눠주는 선배들의 모습이 어른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내가 선배가 되어 간식을 나눠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땐 나도 어른이 될까’하고 잠시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결론적으로 후배 편집기자가 넷이나 생겼지만 아직 어른이 되진 못한 것 같다.

어른의 기준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높아만 진다. 고등학생 때는 스무 살이 되어 술을 마실 수 있으면 어른이 되는 줄만 알았다. 스무 살이 되니 술은 마실 수 있었지만, 대학생이 되어 또다시 학생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해 ‘학생’을 떼어내면 진정한 어른이 되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직업이 생겨야 어른이라고 할 수 있나 싶었지만 앞서 말했듯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지금도 어른의 기준은 점점 높아만 진다.
그래도 연차로는 3년 차 편집기자가 된 지금은 ‘어른’에 대해 조금은 알 것만도 같다. 부서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같은 입장에서 공감해 주는 상사의 모습, 후배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모습, 모나지 않은 말로 조언해 주는 선배들의 모습, 직급을 막론하고 배움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을 보면서 말이다.

세상에 어른은 많은데 어른다운 어른은 적다지만, 닮고 싶은 부분은 닮아가고 닮지 말아야 할 부분은 덜어낸다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겐 ‘어른다운 어른’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10년, 20년 후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사람 말고 개구리가 되어서도 올챙이의 마음을 더 헤아릴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다.
이 글은 사실 좋은 어른이 되길 바라는 나에게 바치는 글이다.
 -김다영 기자